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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떼어내야” vs “재정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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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재부③]여·야·정·전문가 의견 충돌<끝>

“기능·권한 과도한 집중···실질적 지배 끊어야”
“재정준칙·제도적 장치 마련 먼저” 반대 입장도
홍남기 “해체 운운 억울···조직 운영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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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마를 만지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편성권을 뗴어내는 ‘기재부 해체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공룡부처가 된 기재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재정의 정치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기재부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재부로부터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는 기재부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적 압박으로, 압박의 모양새가 거의 맡겨 둔 돈을 내놓으라는 식”이라며 “재정 운용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집권 여당도 공동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이에 합세했다. 민주당은 “당 안팎에서 문제제기가 오래돼 왔다”며 이 후보의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재부의 정책 기획, 예산 편성, 성과 평가 기능을 분리해 청와대국민행복부 등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승래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권한이 합쳐졌는데, 당시에는 금융위기 대응 등에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맞는지 문제 제기가 나온다”며 “후보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당 안팎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가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의 기재부 분리 주장은 결국 ‘내 말에 토 달지 말라’는 협박”이라며 “기재부는 재정건정성 유지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인데 ‘공중분해 협박’으로 응수하는 건 과거 폭군들이 ‘아니되옵니다’를 용납하지 못해 충신의 목을 벤 것을 답습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도 기재부의 경제정책 기능과 재무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고문이자 선대위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지난달 18일 기재부 권한 축소에 힘을 실었다.

최배근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기본사회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재정경제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어서 김대중 정부에서 예산 부분을 독립시켰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를 유지했는데 이명박 정부 때 (기재부로) 통합됐다”며 “기재부의 나라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한이 집중돼 있어 정부의 공공자원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되는지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경제정책의 기획·집행 효율성을 높인다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기재부로 통합했다. 당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정책 기획과 재정 집행의) 상호 견제가 되지 않을 경우 국가 재정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기재부의 권한이 너무 커져 (정부 안에서) 독주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재록 전주대 교수는 “기재부를 다시 기획예산처와 재무부로 분리해야 하고, 기획예산처를 행정부가 아니라 청와대 산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위원회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 등에 대한 기재부의 실질적 지배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재록 전주대 교수는 2009년 발표한 논문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기획재정부의 권력관계 변화 분석’을 통해서도 “대통령제 국가에서 부처의 권력은 대통령의 지지에서 나온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기재부는 대통령의 지지를 업고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 이슈에 따라 예산이 편성되는 ‘예산의 정치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건전성 등 나라 살림 관리보다는 선심성 정책을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예산편성 과정의 정치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정을 뿌려 표심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미 나라 살림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올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보면 국내총생산(GDP)의 6.2%에 달하는 126조 원이고 국가 채무는 내년에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가 최소한의 ‘제동 장치’로 마련한 재정준칙마저 지난해 국회 제출 이후 1년 동안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엔 재정준칙을 강도 높게 추진했던 민주당도 정권을 잡고 태도가 바뀌었는 지적이 많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 동안은 재정준칙이 없어도 상한 선을 지키는 방향이 유지됐는데, 최근 몇년간 추세는 그렇지 않다”면서 “결국 국회나 정부가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재정준칙 도입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조직을 단순히 나누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부처를 여러개로 나누기보다는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을 손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선출직인 청와대와 국회에서 고용·복지·사회간접자본(SOC) 등 큰 틀에서 예산 규모를 조정하고 세부 사업 예산은 소관부처에서 편성하는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내부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초과세수 논란으로 여당에서 먼저 국정조사까지 운운하고 나선 것도 모자라 기재부 해체 시나리오까지 거론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나와 기재부 해체 시나리오와 관련해 “기재부 직원이 1200명쯤 되는데 공무원이 해체 운운, 지적을 받을 정도로 일하지는 않는다”며 “밤을 새워 뼈 빠지게 일하는데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건 굉장히 좀 억울하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으로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반기는 이들도 있다. 기재부가 승진 적체가 심한 곳인만큼 부처가 두곳이 되면 인사 적체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재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과거 40여년 간 통합, 분할 등 여러 개편이 이뤄져왔고 시대적 상황에 맞게 잘 작동되도록 개편안 마련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지금 상황에서 들여다 볼 시간은 없다”며 “조직 운영상 큰 문제점을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월21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기재부에 대한 여러 지적은 알고 있다”며 “조직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업무 수행하는 과정에서 악역을 많이 하다 보니 비판도 다른 부처보다 더 많이 받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한된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부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감내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기재부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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