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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풀리지만 소비자는 뼈아픈 ‘학습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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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전세자금대출 ‘일시상환’···잔금대출엔 ‘KB시세’ 다시 적용
하나, 신용대출·비대면 대출 재개···다음 달부턴 부동산 대출도
농협도 대출 재개 움직임···소비자들은 “금방 닫힐 것” 부정적
“내년도 금융당국 대출 억제 지속···예전 같은 대출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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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요구에 따라 대출 문턱을 한껏 높인 시중은행이 점진적으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특정 은행의 대출 수요가 급격히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경험한 터라 얼마 못 가 다시 은행 대출 창구가 닫힐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방식 중 대출자가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만 허용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고객의 부담이 적은 일시 상환 방식을 다시 적용해 조여왔던 대출을 다소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날부터 KB국민은행은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을 ‘KB시세’와 ‘감정가액’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9월 29일 잔금대출 담보 기준을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 금액으로 변경해 사실상 대출 한도를 축소했던 방침을 이전처럼 되돌린 것이다.

하나은행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을 다시 취급한다. 지난달 20일 신용대출과 부동산 대출을 중단한 지 34일 만이다. 하나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주택과 상가 등 부동산 대출도 전면 재개한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대출 빗장을 풀면서 NH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7%를 넘어서며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도 다시 이전처럼 신용대출과 부동산 대출을 재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금융 소비자들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금융당국이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 기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렇게 되면 그간 조일대로 조여진 대출 수요가 재차 폭발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대출 규모가 커진 만큼 올해보다 쪼그라드는 내년 대출 한도를 놓고 결국 경쟁 구도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이나 주식 커뮤니티에서 “어떻게든 이 기회에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아서 투자해두라”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갑작스럽게 은행 전반의 대출이 막히는 한 번의 학습 효과를 본 이후 이번엔 일단 가능한 대출을 모조리 받아두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은행들의 대출 옥죄기가 은행과 은행 사이를 뛰어넘어 2금융권이나 보험사 등으로 대출 수요가 번지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은 점도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1년 3/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세웠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옥죄기로 보험사나 대부업체로 대출 수요가 이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대출 억제 행보가 극에 달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주택담보대출이 전분기말 대비 21조1000억원 늘었다. 예년과 같은 수준의 대출 수요가 발생해도 금액이 커져 전체 금액은 상승한 형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주택매매와 전세 수요가 지속된 영향”이라며 “2분기보다 비승인된 집단대출이 증가해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가계대출 증가율은 풀리지 않아 지금과 다를 바 없는데 이 때문에 더욱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푸는 시점이 공교롭다는 뒷말도 나온다. 최근 예대마진이 극대화됐다는 지적이 계속돼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라는 점과 맞물렸다는 해석이다.

은행들의 우대금리가 낮아지고 가산금리가 올라간 것을 두고 금융당국이 “시장에 맡기고 있다”고 물러선 상황에서 다시 대출 문턱을 낮춰봐야 소비자 불만을 달래기 위한 일시적 행보로밖에 곱게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KB국민은행(5.52%), 신한(5.39%), 하나(5.14%), 우리(5.06%) 순서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6%대 증가율 지키기 위해 여유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당장의 대출 재개가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걸 방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이전과 같지 않으면 대출수요는 예전처럼 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금융당국 정책이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은행들도 예전처럼 대출을 완전히 막기보다는 이제는 대출금리 조절로 수요를 조절하는 보수적인 영업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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