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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토스뱅크는 왜 선착순 계좌개설을 선택했나

오피니언 기자수첩

[한재희의 백브리핑]토스뱅크는 왜 선착순 계좌개설을 선택했나

등록 2021.10.07 15:47

수정 2021.11.16 14:22

한재희

  기자

reporter
토스뱅크가 지난 5일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총량 관리에 채찍질을 가하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가계 대출을 조이는 가운데 토스뱅크가 대출 실수요자들에 ‘동아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기대감은 기다림으로 인한 ‘초초함’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토스뱅크 사전 신청에 몰린 인원은 무려 130만명 이상이다. 영업 시작 개설 첫 날 열린 계좌수가 아니라 ‘사전 신청’이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영업과는 괴리가 있다.

특히 ‘사전 신청’이 초기 마케팅 효과를 위한 전략인 줄 알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통장 계좌 발급 ‘선착순’ 대기표였다. 영업 첫 날 1만명이, 이튿날엔 10만명 계좌가 열렸다. 하루마다 열리는 계좌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사전 신청자 모두가 정식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최대 보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카카오뱅크는 당시 영업 개시 30여시간만에 고객 50만명을 빨아들였고 일주일만에 신규 계좌개설 151만9000명, 여‧수신 금액 1조원 기록을 썼다. 시장에선 ‘돌풍’, ‘흥행 성공’, ‘혁신’이라는 평가가 쏟아졌고 이 기세를 이어가며 출범 4년만에 IPO(기업공개)에 성공했다.

카뱅과 토뱅의 모습을 가른 것은 경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영끌’ ‘빚투’가 늘어나고 이에 가계부채는 매달 신기록을 쓰는 중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옥죄기 시작했다. 총량 관리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5~6%로 제한했다. 한계치에 다다른 은행들은 대출 취급을 중단했고, 한편으론 대출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대출 수요자들은 대출 가능한 은행을 찾기에 바빠졌고 당장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영업을 막 시작하는 토스뱅크도 결국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올해말까지 5000억원으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토스뱅크도 이에 맞춰야 한다. 계좌를 일시에 열었을 때 대출 한도를 단숨에 넘어버릴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영업 시작과 함께 대출 중단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토스뱅크도 답답한 상황이다. 영업을 시작 하고도 영업을 할 수 없어서다.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전 신청자 수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서버는 마련돼 있고 인터넷은행의 본연의 역할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모델과 주주와의 자본 확충 계획까지 논의를 마쳤다고 한다. 전날 국정감사장에선 ‘선착순’ 비판이 나왔다. 토스뱅크가 이런 비판을 예상 못 한 것도 아니다. 정식 출범 전 내부에서는 출범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용자들도 답답하다. 조금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도 기다려야 하고 대출을 받고 싶어도 이용할 수가 없다. 당장 자금 마련이 필요한 대출 실수요자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규제도 타당하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의 역할을 다하라고 허가를 내준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시작부터 ‘선착순’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대출 실수요자를 보호할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외침이 ‘형식적’이 되지 않도록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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