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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간 소송에 코로나19까지···존폐 기로 놓인 동화면세점

호텔신라와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 3심 진행
어느 쪽이 승소해도 동화면세점 타격 불가피
면세시장 위축에 1호 시내면세점 사라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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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존폐 기로에 섰다.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호텔신라 사이의 소송이 최근 3심으로 넘어갔는데 어느 쪽이 승소하든 동화면세점이 면세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면세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국내 1호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 4년간 진행된 김 회장과 호텔신라 사이의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김 회장과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지분 30.2%를 서로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텔신라가 2013년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의 용산개발사업 부실 해결을 위해 600억원을 빌려주면서 동화면세점 주식 19.9%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 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여기에 김 회장은 추가로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담보로 제공했다. 김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롯데관광개발 최대주주이며, 지난해 말 기준 동화면세점 지분 41.7%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양측의 갈등은 3년 후 김 회장이 이를 상환할 수 없다며 담보로 설정돼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가져가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을 받을 수 없으니 돈을 내놓으라며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담보를 호텔신라가 가져가게 되면 지분율 50.1%로 동화면세점 최대주주가 되며 경영권을 갖게 되는데 이를 거부한 것이다. 사실상 호텔신라와 김 회장이 서로 동화면세점을 갖지 않겠다는 내용의 소송이다.

지난해 6월 1심 판결에서 법원은 호텔신라의 손을 들어줬다. 호텔신라의 주식 매입 요구를 김 회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주식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4월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어졌다. 법원은 호텔신라가 계약 당시 동화면세점 경영권 취득 의사가 있었다고 해석하고 김 회장이 제공한 담보물인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넘겨받으라고 판결했다. 호텔신라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이 현금을 빌려갔으니 현금을 갚으라고 요구하며 그에게 변제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로 현재 그가 보유 중인 주식(1976만8171주)의 현재 가치는 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김 회장 측은 계약상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게 귀속시키기로 했으니 이 이상의 변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호텔신라는 현재 19.9%의 동화면세점 주식에 더해 최대주주(50.1%)가 된다.

문제는 대법원 최종 판결로 어느 쪽이 승소를 하더라도 동화면세점의 존속이 위태로워진다는 점이다.

만약 호텔신라가 패소하면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호텔신라가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인 동화면세점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패소할 경우 동화면세점의 명맥 유지는 가능하다. 김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롯데관광개발 지분 일부를 정리해 호텔신라로부터 동화면세점의 지분을 돌려받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최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들이고 있는 만큼,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정리해 동화면세점 지분 재취득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롯데관광개발이 최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면서 김 회장의 지분율이 떨어진 상황인만큼, 지분을 처분하게 되면 그의 지배력에 위협이 된다.

최근 국내 면세시장의 위축도 동화면세점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국내 면세시장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로 호황이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아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실국면세점협회의 산업총괄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5조5059억원으로 전년(24조8586억원)보다 37.6% 급감했다. 1년 사이 93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이 증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두산, 한화갤러리아 등 대기업은 물론 하나투어(SM면세점)마저 면세업에서 손을 뗐고 최근에는 면세업계 3위인 신세계면세점마저 특허기간이 남은 강남점의 문을 닫았다.

동화면세점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동화면세점은 수년간 지속된 면세시장 경쟁 때문에 매출액이 급감한 상황인데, 지난해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매출액이 2016년과 비교해 31.7%나 감소한 2204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데 5년간 누적된 적자만 850억원에 달한다. 동화면세점의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호텔신라, 김기병 회장 어느 쪽이 승소하더라도 동화면세점이 존속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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