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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없는 기업집단 이름 올린 쿠팡···한숨 돌린 김범석

‘총수’ 없는 기업집단 이름 올린 쿠팡···한숨 돌린 김범석

등록 2021.04.29 12:01

수정 2021.04.29 14:41

정혜인

  기자

쿠팡 외국계 기업 이유 외국인 총수 지정 안돼‘실질적 지배’ 김범석 사익편취 규제 피해 논란막대한 자금 동원 정관계 인사 대거 영입 효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쿠팡이 ‘김범석 의장 동일인(총수)에 지정’이라는 불상사를 피했다. 김 의장이 쿠팡 대주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공정위는 외국인 총수 지정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총수로 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의장이 총수에 지정되지 않으면서 쿠팡은 한숨 돌린 분위기다. 다만 쿠팡이 총수 없는 대기업이 되면서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범석 지배력은 인정···외국인 총수 지정은 어려워 = 공정위는 5월 1일자로 쿠팡을 신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는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 등을 부과한다. 쿠팡은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겨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것이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의 자산총액이 2019년 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에 지정하면서도 총수를 김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으로 지정했다.

총수는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매년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편취 행위 등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총수로 지정되면 배우자를 포함해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을 특수관계자로 보고, 이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또 계열사와 거래 내역 등을 공시해야 한다. 동일인을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기업집단의 범위, 특수관계인의 범위도 달라진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미국법인 ‘쿠팡Inc(Coupang, 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봤다. 김 의장은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의 지분 10.2%를 보유한 4대 주주지만, 차등의결권을 적용하면 의결권 비중이 76.7%에 달해 사실상 쿠팡INC를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경우 국내 최상위 회사를 동일인을 판단해왔고 외국인을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 등을 들어 김 의장 대신 법인 쿠팡을 총수로 지정하기로 했다. 결국 쿠팡이 외국계 기업이고 김 의장이 미국인이기 때문에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했다는 의미다.

◇김범석 친인척 회사 만들어도 규제 안 받아 = 그 동안 김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는 재계에서 큰 논란이었다. 김 의장의 의결권 비중만 봐도 지배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으나 ‘외국계 기업인 쿠팡의 총수로 미국인인 김 의장을 지정할 수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김 의장을 총수로 볼 수 없다는 측에서는 외국계기업 대기업집단 중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에쓰오일, 한국GM 등은 모두 한국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인 투자자를 다른 나라 투자자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한미 FTA 최혜국 대우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 의장을 총수로 봐야 한다는 측은 외국인 총수 지정 전례는 없더라도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 쿠팡은 한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어 다른 외국계기업과는 다르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총수가 개인일 것을 상정해 도입한 각종 사익편취 규제를 쿠팡이 피해갈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의 우려였다.

공정위가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쿠팡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쿠팡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비껴가게 됐다. 사익편취 규제는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를 통해 부당하게 총수일가가 부를 늘리지 못하도록 도입됐다. 또 총수일가와 관련한 공시 의무도 느슨해진다. 총수가 지정될 경우, 총수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거나 이들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와 계열사가 거래하면 이사회 의결과 그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은 이 같은 의무가 없다.

극단적으로 만일 김 의장의 친인척들이 회사를 만들어도 쿠팡의 계열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계열사들과 쿠팡이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하더라도 이 역시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강한승 대표 위시한 ‘막강’한 대관 조직 능력 입증 = 쿠팡이 총수 없는 대기업에 지정되면서 ‘쿠팡 대관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하려다 역풍을 맞은 공정위가 다시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러나 결국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쿠팡의 대관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쿠팡은 그 동안 내로라하는 정관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대관을 강화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 영입한 강한승 대표이사다. 강 대표는 강신옥 전 국회의원 아들로, 쿠팡 합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서울고등법원 판사, 국회 파견 판사 등을 거쳐 2013년부터 김앤장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정·재계를 아우르는 대관을 도맡아 능력을 인정 받았다.

또 지난해엔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대관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근무한 비서관을 비롯해 5명도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다.

쿠팡의 이 같은 대관 강화의 효과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물류센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갑질 논란, 노동자 사망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라 지난해 말 국회 상임위원회 세 곳에서 김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어느 상임위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국회의 칼날을 피해갔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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