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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업인의 자유 잃은 이재용

오피니언 기자수첩

[김정훈의 인더스트리]기업인의 자유 잃은 이재용

등록 2021.04.23 09:58

김정훈

  기자

reporter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외할아버지로 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요즘 야구에 푹 빠진 모습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려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한 프로야구 팬은 “그게 다 야구단 마케팅을 위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쉰 넷이 된 기업인의 야구 열정은 삼성라이온즈 회원 점퍼를 입고 마냥 좋아하던 기자의 옛 모습이 생각나 절로 미소 짓게 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할아버지로 둔 동갑내기 사촌의 사정은 정반대 모습이다. 구치소에 갇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얘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회계 의혹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올해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출석해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정확히 94일 만이었다. 지난달 충수염 수술을 받고 8kg가량 빠졌다는 소식을 전한 이 부회장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수척해진 모습에 언론도 주목했다.

이 부회장을 대신해 변호인은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재판을 한 달가량 연기해준 재판부에 감사하고 향후 재판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짧게 전했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은 이재용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말들이 많았다.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시에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흔들림 없이 경영을 잘 해왔기 때문이다.

총수 공백에도 삼성은 계획대로 투자·고용을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전쟁을 바라보는 재계가 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이재용의 존재가 없다는 데 상당한 아쉬움을 느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코로나 시국에도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재계 1등 기업 총수로서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간간이 냈다. 지금은 그런 기업인 이재용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다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재판에 수년간 허송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2021년 기업인의 자유가 허락됐다면 현대차, SK, LG와 마찬가지도 공격적인 투자나 인수합병(M&A) 계획을 발표했을 수 있고, 4대 그룹 간 협업은 더욱 역동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얼마 전 백악관 화상회의에 초청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재차 확인시켰다. 일본의 경우 단 한 개의 기업도 초청받지 못했으나 한국은 당당히 삼성이 그 자리를 채웠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국 기업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정작 기업에 필요한 투자 환경을 규제로 억누르고 있어 아쉽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정치권, 경제단체, 종교계 등 사회 각계에서 ‘이재용 사면론’이 급부상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재용) 글로벌 기업인들과 교류하고 과감한 투자를 결단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세계 반도체 전쟁이 시작됐는데 1년을 느긋하게 기다릴 순 없다”고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간외교관 이재용을 호출하라는 곳곳의 요구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치르는 우리 기업이 때를 놓치면 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감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시 정용진 부회장을 생각해 본다. 그에게 기업인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면 추신수가 뛰는 랜더스의 탄생을 우리는 한국에서 절대 볼 수 없었다. 기업인은 경영에 몰두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멋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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