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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원태 회장과 수송보국···‘신의한수’ 생각해볼 때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세정의 산업쑥덕]조원태 회장과 수송보국···‘신의한수’ 생각해볼 때

등록 2021.04.16 07:51

이세정

  기자

“할아버지 때부터의 신념인 ‘운송 하나에만 집중해서 최고가 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항공운송사업과 그와 관련된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19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깜짝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4월 선친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별세 이후 사실상 총수로서의 첫 데뷔였습니다.

조 회장은 창업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생전 ‘낚싯대 경영론’을 강조해 왔습니다. 진정한 낚시군은 한 대의 낚시대로도 많은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조양호 선대회장도 ‘한눈 팔 여유가 없다’며 운송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웠습니다.

조 회장은 공격적인 사세 확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중요하게 여긴 가풍을 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년여간 호텔 등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것도 항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완료되면 13위권인 재계순위가 10위권 안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글로벌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기간산업으로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어딘가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듭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불가항력의 악재와 맞닥드린 현 시점에서 항공업 외길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항공업은 외부 리스크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유가 변동성과 환율, 전염병 등 거시적인 변수들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됩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글로벌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내며 선방했습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7배 가까이 확대된 568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에는 화물운송 사업 확대와 전사 차원의 비용절감 노력으로 2400억원에 육박하는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순손실도 4000억원 가량 줄인 1946억원이었습니다. 일찌감치 화물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조 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해 7월 1조119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확충했고,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사업을 9817억원에 매각했습니다. 서울 종로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 송현동 부지 매각은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고, 왕산마리나를 소유한 왕산레저개발의 지분을 팔기 위한 과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3조31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제2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또다시 강력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된다면, 통합 대한항공이 버텨낼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습니다. 규모의 경제도 호황일때 탄력을 받습니다. 불황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앞서며 그 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한진그룹은 이미 매력도가 높은 자산을 처분했거나, 처분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향후 현금 동원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조 회장은 당분간 신사업 진출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미국 간담회에서 “있는 것도 지키기도 힘든 환경이라서 추가로 사업을 벌릴 생각은 없습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조 회장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한진그룹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신의 한수’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재계에는 과감한 베팅으로 전환점을 만든 대기업들이 많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입니다. 정유와 통신이 전부이던 SK그룹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당시 최 회장은 주변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연간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고,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에 이은 2위로 성장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도 눈길을 끕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단순 완성차 제조사에서 벗어나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입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인수합병(M&A)와 연구개발(R&D)가 한창입니다.

국내 항공시장은 진입장벽 완화와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관광붐 등으로 광속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현실에 머무르면 도태된다는 자유경쟁시장의 법칙을 곱씹어봐야할 때입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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