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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 한전 자회사 재편입?···민영화 역주행 논란

[NW리포트|한전산업 공기업 전환 추진①]17년만 한전 자회사 재편입?···민영화 역주행 논란

등록 2020.03.10 07:01

수정 2020.03.10 07:46

주혜린

  기자

2003년 민영화 후 다시 공기업 전환 추진무리한 정규직 전환 정책에 공기업 속앓이주주들 반대 직면···경쟁력 약화시킬 수도수의계약 논란···“기존 계약 법 위반 소지”

17년만 한전 자회사 재편입?···민영화 역주행 논란 기사의 사진

한전산업개발이 민영화한 지 17년 만에 공공기관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원 처우 개선을 위해 공공기관으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민간기업이 공기업으로 되돌아가는 국내 첫 사례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발전사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문제를 논의해온 ‘발전사업 노·사·전문가협의체’는 최근 한전에 한전산업을 다시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한전산업의 지분 31%를 가진 최대 주주인 한국자유총연맹에는 2대 주주인 한전(29%)에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청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이 기업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거나, 30% 이상 보유한 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한전산업의 공기업 전환이 다시 이슈가 된 것은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김용균 특조위는 한전산업개발이 도급계약상의 직접노무비 중 절반만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착복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한전산업개발을 비롯해 발전소 운전 업무를 맡고 있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발전사가 직접고용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중부발전 등 5개 발전 공기업과 비정규직, 전문가, 여당으로 구성된 노·사·전 협의체는 1년여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논의해온 끝에 한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한전과 발전 5사가 한전산업 지분을 매입하고 한전산업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발전공기업의 비정규직들을 이 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조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노조는 정년 보장 등 조합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한전산업의 공영화를 주장해왔다.

발전설비 운전·정비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은 한전의 자회사였다가 2003년 민영기업이 됐다. 지난 2010년 상장했고, 직원은 2600여명이다.

그러나 그간 발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던 방식에서 역주행하겠다는 것이라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공공부문에서는 민영화가 추진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정부 부채를 줄인다는 명분하에 대다수 알짜 공기업들을 민영화했다. 은행과 금융기관을 비롯해 포항제철, 한국통신,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전력 등 기간산업을 담당하던 공기업, 국유기업들을 줄줄이 민영화했다.

공기업 운영을 이윤 중심으로 바꾸고 외주, 하청을 대폭 늘리면서 공공서비스 자체를 영리화 하는 방식으로 민영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민영화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계속 유지됐다. 심지어 촛불혁명 정부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도 민영화를 오히려 더 확장했다.

당정과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합의를 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내 분향소 앞에서 열린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준식 시민대책위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당정과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합의를 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내 분향소 앞에서 열린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준식 시민대책위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다 올해 초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발전소 민영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민영화 계획이 재검토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늘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각 공공기관이 경영여건 및 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정규직 전환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 1~2년간 정규직으로 바뀐 공기업 근로자들이 임금·단체협약 시즌이 돌아오자 잇달아 임금 인상, 본사 직고용 등을 추가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공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특히 이미 정규직으로 바뀐 근로자들이 잇따라 노조를 결성해 임금 인상과 추가 복지 개선을 요구하면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한전산업 투자자 사이에서도 공기업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자회사를 민영화해 경쟁체제를 보다 확대해야하는 상황에 민간기업을 흡수하는 것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주가가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대로 발전설비 운전·정비 부문에서 사실상 독점 공기업이 탄생하면서 서비스 경쟁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전산업이 공공기관으로 바뀌면 같은 공기업인 중부·서부발전 등의 설비 운전·정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산업이 한전 자회사로 전환된다면 발전사들과의 기존 계약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정부정책에는 공감하지만 한전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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