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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서 외엔 못 알려줘”...美 상장 앞둔 쿠팡, 직원에 ‘함구령(?)’

“신고서 외엔 못 알려줘”...美 상장 앞둔 쿠팡, 직원에 ‘함구령(?)’

등록 2021.02.16 15:56

박경보

  기자

11년째 비밀주의 고수...지배구조 등 ‘잡음차단’ 위해 내부단속해외기업은 SEC에 F-1 제출, 쿠팡은 美 지주사 상장으로 S-1 계약직 배달원 법적 지위 문제도 쟁점...우버 사태 재현 우려

“신고서 외엔 못 알려줘”...美 상장 앞둔 쿠팡, 직원에 ‘함구령(?)’ 기사의 사진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추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 내용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다는 게 쿠팡 측 입장이다. 일각에선 회사를 둘러싼 잡음을 차단하고자 내부 단속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쿠팡은 지난 12일 미 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를 제출하며 뉴욕 증시 입성을 공식화했다. 주목할 점은 쿠팡 측에서 이에 대한 어떠한 입장이나 설명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초특급 호재인데도 사실상 ‘함구령’이 내려진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 “NYSE의 관련 규정에 따라 언급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미 SEC에 제출한 S-1 자료 내용 외에는 알려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은 기업이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아직 확실히 결정된 내용들이 없다 보니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입장을 감추는 표면적 이유는 거래소 규정 때문이지만, 업계는 다른 이유들이 함께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에 앞서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쿠팡은 부실한 재무구조와 부진한 실적, 불투명한 지배구조, 스톡옵션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을 떠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쿠팡은 재무구조와 실적, 경영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었다.

◇2010년 이후 누적적자 4조5000억원...비대면 수혜에도 흑자전환 실패
S-1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121억달러(13조3000억원), 영업손실 5억3000만달러(58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93%, 18%씩 개선된 수치다. 물론 실적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 규모는 41억1800만달러(4조5430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설립된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쿠팡은 사업 초기부터 빠르게 몸집을 키웠으나 대규모 적자 탓에 추가 투자유치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전망에 시달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 투자한 3조5000억원은 사실상 모두 소진한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이커머스 업계가 급성장하는 와중에도 쿠팡은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다만 증권가는 향후 쿠팡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익이 기대치를 밑돈 것은 공격적인 투자 기조(물류·플필먼트 서비스)를 통한 선택적 적자라고 봐야 한다”며 “당장이라도 마음먹으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미국인이 경영하는 미국기업...주 자본은 일본, 영업은 한국에서
쿠팡의 복잡한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다. 창업주는 미국인인 김범석 의장이고, 일본 자본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약 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을 고용해 한국에서 돈을 버는 쿠팡은 정작 한국기업이 아닌 미국기업으로서 뉴욕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미 SEC에 S-1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해외기업은 F-1을 낸다”며 “쿠팡이 미국에 설립한 지주사가 상장되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상장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4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평가되는 50조 이상의 기업가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이미 엑시트를 선언했던 비전펀드가 상장 이후 지분을 정리한다면 기업가치 및 주가 하락은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 일각에선 손 회장의 엑시트를 위해 쿠팡이 상장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 마저 나오고 있다”며 “워낙 경영정보를 베일 속에 감추다 보니 악의적인 루머들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톡옵션·자사주 부여 형평성 논란...계약직 배달원 법적 지위 ‘암초’
이 밖에 쿠팡은 자사주 배정과 관련한 내부 잡음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쿠팡의 S-1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의 스톡옵션 총 주식수는 6570만3982주, 평균행사가는 1.95달러다. 스톡옵션을 보유한 직원은 공모가와 상관없이 1주당 평균 2100원으로 매수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배송직원(쿠팡친구·옛 쿠팡맨)과 물류센터 근무자 등 블루칼라 직원들에는 일회성 주식 부여 프로그램을 통해 1인당 약 200만원 상당의 주식이 지급될 예정이다. 직군에 따라 주식 부여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직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계약직 배달원의 근로지위 논란은 상장을 가로막는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사회적 책임’을 상장규정에 두고 있는데, 우버처럼 배달원들의 법적 신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S-1 서류 33쪽에서 “한국 고용노동부는 쿠팡 플렉스·이츠 배달원을 독립계약자(개인사업자)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고용부는 쿠팡 배달원에 대한 ‘독립계약자’ 판정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NYSE에 상장된 우버는 기사들의 직고용 문제를 놓고 소송에 휘말리는 등 큰 진통을 겪고 있다”며 “NYSE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직 배달원의 법적 지위는 쿠팡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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