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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21-01-21 07:34

‘팔아도 고민, 그냥 둬도 고민’ 신한금융의 제주은행 딜레마

‘네이버 피인수설’ 이후 제주은행 매각설 재점화
신한금융, 20년째 ‘투 뱅크스’ 체제에 고민 깊어
사업 한계 뚜렷…자산·이익 규모 그룹 내 하위권
제3자 매각도 노려봤지만 투자자들 관심 안 보여
은행 간 통합은 효과 적고 지역 내 반발 키울 수도
신한금융 “은행 라이선스 효율적 사용 대책 검토”

신한금융그룹이 딜레마에 빠졌다. 최대 자회사 신한은행에 이은 두 번째 제1금융권 자회사 제주은행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제3자 매각도 고민해봤고 신한은행과의 합병도 고려해봤지만 어느 하나 명쾌하게 나오는 답이 없다.

지난 19일 금융권에서는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가 제주은행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이 네이버와 제주은행에서 동시에 나왔다.

네이버의 제주은행 지분 인수설은 단순 해프닝에 그쳤지만 제주은행에 대한 신한금융의 깊은 고민이 이번 인수설을 통해 또다시 드러나게 됐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는 속담처럼 신한금융의 오랜 고민이 이번 소문의 진원지가 됐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 입장에서 제주은행은 사실상 계륵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 중에서 1금융권 자회사를 두 곳씩 보유한 이른바 ‘투 뱅크스(Two banks)’ 체제를 택한 곳은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세 곳뿐이다.

그마저도 BNK금융과 JB금융은 지방금융그룹이고 지주 본점 소재지와 은행 사업구역이 연결돼 있으며 지역 정서가 이어지는 광역지역(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에 은행들을 두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 중 ‘투 뱅크스’ 체제를 택한 곳은 현재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신한금융은 지난 2000년 말 부실 은행 처리 과정에서 정부의 제주은행 인수 제안을 받아들여 제주은행을 위탁 경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에 제주은행 인수를 제안했던 것은 두 은행 대주주 모두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한은행의 제주은행 위탁경영은 1년 반 정도 이어졌고 결국 2002년 신한금융이 제주은행 지분 51%를 최초 인수하면서 신한금융의 자회사가 됐다. 현재는 신한금융의 제주은행 지분이 75%까지 높아진 상태다. 대형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지만 완전 자회사가 아니기에 현재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몇 안 되는 1금융권 은행이다.

신한금융은 약 20년 가까이 제주은행을 그룹의 자회사로 운영해왔고 제주지역에서는 나름 탄탄한 수익을 올렸지만 오래전부터 ‘투 뱅크스’ 체제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제주은행의 총자산은 6조5000억원대에 불과해 대형 저축은행보다 적은데다 연간 순이익이 300억원을 넘지 못해 규모도 그룹 내 최하위권이자 지방은행 중 최하위에 속하고 있다. 제주은행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8억원으로 신한저축은행의 230억원보다 적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급감했고 관광업에 의존하는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입은 탓에 제주은행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같은 그룹 안에 은행을 두 곳이나 둬서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중복 문제, 제주도라는 사업 영역 협소함의 한계, 유독 뒤처지는 대중적 인지도는 제주은행의 성장 가능성이 작다는 우려를 키우게 했다.

현실적으로 제주은행을 ‘잘 써먹는 방법’이 보이지 않자 신한금융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 확장의 일환으로 제주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전환도 고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신한금융이 가진 선택지는 세 가지다. 제주은행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법,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을 합병하는 방법,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 등이다. 세 방법 모두 장단점이 매우 뚜렷하다.

외부 매각은 오래전부터 신한금융 경영진이 그려온 밑그림이다. 사업 중복 문제 해결로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계획만 그려놨을 뿐 제대로 성사된 적이 없다.

그동안 신한금융 안팎의 투자자들에게 제주은행 매각 의사를 타진했지만 큰 관심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이 20년 가까이 고민했던 제주은행의 현실적 한계 문제가 관심 저하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신한금융 소유의 제주은행 지분 가치는 20일 종가 기준으로 약 1028억원에 이른다. 국민연금공단과 제주은행 우리사주조합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면 약 1500억~16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의 통합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제주은행의 영업망과 인력을 그대로 신한은행에 흡수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의 제주도 내 영업점은 제주시 3개 점포에 불과하다. 서귀포시에는 지점이 없다. 따라서 합병으로 인한 영업점 과포화 등의 우려는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우선순위가 밀려있다. 은행 간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지극히 적다는 분석 탓이다. 또 합병 추진 시 제주은행 노조가 반발할 수 있고 서울의 대형 금융지주가 중소 지방은행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논란에도 부딪힐 수 있다.

결국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멀지 않은 기간 내에 어떻게든 제주은행의 관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 은행을 그대로 운영한다는 원칙에 큰 변함이 없다”면서 “여러 개 보유 중인 은행업 라이선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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