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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철 기자
등록 :
2020-11-30 14:12

이동걸, 첫 고비 넘길까…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운명의 날’

법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이르면 이번주 초 결론
가처분 인용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백지화’
경영권 방어 수단 vs 긴급한 경영상 필요…양측대립
가처분 기각시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등 갈길 멀어

그래픽=박혜수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를 결정짓는 법원 판단이 이르면 30일, 늦어도 12월 1일 나온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겠지만, KCGI 주장이 인용된다면 인수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첫 산을 넘길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이번 주에 내린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가처분 심문을 종결하고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돌입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을 상대로 한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이 오는 2일인 만큼 늦어도 1일까지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CGI 측은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CGI 측은 현재 구조에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이나 대출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건은 법원이 이번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신주 발행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는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이라고 보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 재편을 위한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가처분 신청은 인용될 가능성은 적다.

양측은 서로 다른 법과 판례를 들어 이번에 법원의 결정이 유리하게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한진칼은 상법 제418조 등에 따라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KCGI는 상법 418조와 판례에 따라 3자 신주발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판례를 볼 때 산업은행과 한진칼측이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소송 판례에 법원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있다. 지난 2019년 4월 대법원은 주식회사 유에스알이 피씨디렉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환사채 및 신주발행무효확인 소송에서 상법 제418조 1~2항에 따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눈에 띄는 점은 해당 재판부가 지난 3월에도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을 다룬 적이 있다는 점이다. 해당 재판부는 과거 한진칼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KCGI연합이 낸 가처분 소송을 맡은 바 있다. KCGI연합은 한진칼 지분(8.2%) 보유 목적을 지난해 12월 단순 투자에서 올해 1월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를 공시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 5%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을 통해 기각되더라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해외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매출액 기준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당국의 사전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두 항공사의 매출이 있는 외국에서 기업결합으로 독과점 상황이 야기될 경우 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특히 EU는 과거 아일랜드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기업결합, 그리스 양대 항공사인 에게안항공과 올림픽에어의 합병을 각각 불허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섣부르게 예단할 수는 없다”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여전히 특혜논란 등 여론의 비파수위가 거세고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멀다”고 밝혔다.

주현철 기자 jhchu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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