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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 부족한 투자··· ‘조급증·추세무시·매매중독’

[NW리포트|동학개미 원년]아직 2% 부족한 투자··· ‘조급증·추세무시·매매중독’

등록 2020.11.24 17:22

조은비

  기자

인버스 투자자들 코스피 랠리에 좌불안석11월 초 곱버스 탔다면 현재 4분의 1토막삼성전자 빠른 매도 인버스 매수심리 같아

아직 2% 부족한 투자··· ‘조급증·추세무시·매매중독’ 기사의 사진

코스피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인버스 펀드 투자자들이 좌불안석하고 있다. 시장에 강하게 형성된 상승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조짐이자 급기야 ‘손절’을 단행했다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왜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했던 상승장 속에서 위험천만한 인버스에 손을 댄 것일까?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팀장, 증권업계 종사자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2% 부족한’ 인버스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와 행동 양상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는 조급증에 의한 실수라는 분석이다. 행동재무학에 따르면 ‘처분 효과’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처분 효과는 이익이 발생한 주식을 너무 빨리 매도해 온전한 이익을 보지 못하는 현상 혹은 시장에 대한 판단을 너무 빨리 한 나머지 손실을 보는 양태라고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오랜 구간 손실 구간에서 보유하고 있다가 11월 초 신고가가 오자마자 매도해 이익을 보지 못한 투자자의 심리와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판단해 급하게 인버스를 매수한 투자자의 심리는 다르지 않다고 분석한다.

인버스 펀드는 지수의 등락을 반대로 추종해 순자산가치(NAV)가 책정되는 펀드다. 지수가 상승할 때는 펀드 가격이 떨어지고, 지수가 상승할 때는 펀드 가격이 올라간다. 널리 알려진 국내 인버스 펀드로는 ‘KODEX 200 선물인버스 2X’ 등이 있다. ‘200’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다는 뜻이고, ‘2X’는 가중치를 2배로 하여 펀드 가격에 반영한다(소위 ‘곱버스’)는 의미다. 삼성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에도 유사한 상품이 출시돼 있다.

코스피200지수의 구성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31.30%, SK하이닉스 5.51%, NAVER 3.50%, LG화학 3.38%, 셀트리온 3.08%, 삼성SDI 2.67%, 현대차 2.48%, 카카오 2.26%, POSCO 1.65%, 1.61% 순이다. 같은 반도체 업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무려 36.81%를 차지하고 있다. 지수의 등락이 두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11월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집중 매수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연일 최고점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사상 최초로 2600포인트를 넘어섰으며, 24일에도 전일보다 15.17포인트(0.58%) 상승한 2617.76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200지수 역시 지난 2일 305.95포인트에서 24일 350.28포인트로 44.33포인트(14.48%) 상승한 바 있다.

증권가는 전례 없는 역사적 호황에 흥분 상태지만 인버스 펀드 투자자들만이 웃지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인버스 펀드를 매수한 투자자는 지난 23일 기준으로 평균 10~15%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가중치를 2배 곱한 인버스 펀드를 매수한 투자자는 투자금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5%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둘째, 이들은 시장의 큰 흐름을 거스르며 인버스를 매수함으로써 하지 않아도 될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11월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인 약 14조6852억원과 전체 인버스 펀드 투자 규모인 7774억원을 비교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마이너한 성향인지 가늠할 수 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일한 펀드를 기관이 6354억원, 외국인이 510억원을 순매도 한 것을 보면 이들의 묻지마 인버스 투자 전략은 분명 2% 부족함을 알 수 있다.

11월 인버스 투자자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수가 연일 최고점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한 시장을 거스른 사람들이다. 국내 대표적인 인버스 펀드인 ‘KODEX 200 선물인버스 2X’에는 이달에만 현재까지 총 6772억원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려들었다. 투자자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만 해당 데이터는 확정손실이 아니라 평가손실이기 때문에 실제 투자자들이 결과적으로 이익을 볼지, 손해를 볼 지는 아직까지 단정할 수 없다.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를 ‘박스피’(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상태)라 정의한 투자자들은 11월 초 지수가 고점일 거라는 판단을 과거 경험으로부터 가져와 인버스에 돈을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팀장은 “코스피가 2600이 넘어가는 상황이면 누구라도 인버스 투자를 생각할 것”이라며 “인버스는 3개월 이상 장기 접근보다는 단기 접근하는 것이 손익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셋째, 투기적·단기적 매매에 중독돼 시장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한 투자가 실패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회전율은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회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단기적 차익만을 바라고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저서 ‘주식하는 마음’에서 고수 개미는 2% 부족한 개미와 다르다고 말한다.

홍 대표는 “‘장세’란 일반적으로 ‘사장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의 향방’을 의미한다”며 “개별 주식이 많이 올라서 장세가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현재 시총 상위 두 종목이 이끄는 코스피 증시를 적절히 이해하는 방식으로 유효해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뛰자 코스피도 허들을 넘은 지난 23일,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코덱스 200 곱버스를 925억원 순매수했다. 이제 지수가 내릴 때가 됐다고 판단해서다.

과연 그럴까. 홍 대표는 마치 ‘2021년 코스피 3000’을 외치는 시장과 맞서는 이들 인버스 투자자를 향해 일갈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내 생각엔 시장이 틀렸어, 그러니까 지금 사야 해’라는 문장 사이에 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질문은 ‘한 쪽이 틀렸다는 것을 어떻게 깨닫느냐’”라고 반문한다. 이어 “틀린 쪽은 시장일 수도 있고, 나 일수도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인정하고 포지션을 바꿀 때 그 차이가 메꿔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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