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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20-11-23 23:22

‘반관반민’ 김광수 택한 은행권, 명분-실리 동시 챙겼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정피아·관피아’ 논란에 은행권도 부담 느껴
민간 CEO-관료 경험 두루 거친 김 회장 낙점
차기 생보協 회장 선임에도 큰 영향 미칠 듯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은행 창구에서 금융지원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 제공

은행연합회가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연합회장으로 선출했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출신의 김광수 회장을 선출하면서 은행권은 이른바 ‘정피아’를 택하지 않았다는 명분과 굵직한 관료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하는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됐다.

은행연합회는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제3차 회의와 이사회를 열고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을 제14대 회장 후보에 단독 추천했다.

이날 회의까지 차기 회장 후보군은 7명이었다. 김광수 회장 외에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민간 출신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 이대훈 전 은행장은 지난 19일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직에서 스스로 사퇴했고 나머지 6명의 후보 중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1명의 후보를 정했다.

앞서 민병두 전 의원의 경우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은행연합회 회장에 대한 공개적 관심을 드러내는 등 물밑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민 전 의원이 이와 같은 행동은 오히려 여당 출신의 ‘정피아’ 출신 인사가 은행권을 접수하려고 한다는 우려를 키우게 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전직 정치인이나 금융 관료가 금융권 협회 회장에 오르는 것이 옳지 않다고 비판하던 상황에서 여권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민 전 의원이 은행연합회 회장 하마평에 지속해서 언급되며 논란이 이어지게 됐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민 전 의원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로지 당국과의 소통을 중시하기 위해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인 출신 회장을 선임하는 파격을 택했다면 자칫 은행권 전체의 이미지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다만 은행권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 해결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기에 그래도 순수 민간 출신 인사보다 당국과 어느 정도 말이 통할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그 결과 선택된 사람이 바로 현역 민간 금융회사 CEO 출신이면서 관료 경험을 갖춘 김광수 회장이었다.

물론 김광수 회장도 민간 금융권보다 관료 사회에서 일한 경험이 훨씬 더 많기에 ‘관피아’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은행권과 김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 논란을 깔끔히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은 1957년 전남 보성군 출생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지난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과는 행정고시 동기이면서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김 차기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으며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한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이다.

그동안 김 차기 회장은 금융권 안팎 요직에 자리가 날 때마다 빠짐없이 하마평에 등장할 정도로 인품과 실력을 갖춘 인물로 꼽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후보군으로 분류됐고 한때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2018년 4월부터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올해 4월 1년 연임이 확정됐고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으로 임기 관련 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더 오랫동안 농협금융 회장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대 농협금융 회장 중 3연임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4월에 조용히 물러날 가능성이 컸다.

김 차기 회장은 역대 은행연합회 회장 중 두 번째로 시중은행장 경험이 없는 연합회 회장이 됐다. 다만 시중은행인 농협은행의 모회사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기에 크게 보면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CEO 출신 회장으로 볼 수 있다.

역대 12명의 회장 중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신병현 2대 회장만이 유일하게 은행장 경력이 없었다. 다만 한국은행은 ‘은행들의 은행’ 역할을 해왔고 당시 정부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신 전 회장도 은행업과 가까운 관계에 있던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 차기 회장은 오는 27일 은행연합회 사원은행 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출될 경우 농협금융 회장에서 내려와야 한다. 연합회 회장과 현직 금융회사 CEO의 겸직을 막는 규정은 없지만 연합회 회장이 맡은 대외적 직무 규모가 상당해 겸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차기 농협금융 회장에 누가 선임될 것인지도 앞으로 금융권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농협금융 회장은 과거 농협이 가진 특수성 탓에 신동규 초대 회장부터 김광수 현 회장까지 모두 전직 금융 관료가 CEO로 선임됐다.

한편 김광수 회장의 은행연합회 회장 선출은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둔 생명보험협회 회장 선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보협회 회장에는 3선 의원 출신의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정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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