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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제 어떤 CEO가 사모펀드 팔겠나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이제 어떤 CEO가 사모펀드 팔겠나

등록 2020.10.30 14:03

이제 어떤 CEO가 사모펀드 팔겠나 기사의 사진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19곳 가운데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 29일 열렸다. 이날 각 사 CEO들이 직접 참석해 8시간 넘도록 회의가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금감원은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펀드 판매사 CEO 대상으로 최대 ‘직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증권사 CEO 30명은 이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각 판매사가 펀드를 팔며 실제 버는 돈이 얼만지 보면 마냥 비난할 수가 없다.

평균적으로 판매사들은 100억원어치 펀드를 팔면 1억원을 번다. 선·후취 수수료율이 1~2% 내외기 때문이다. 여기에 펀드 유형에 따라 약 0.2~1.5%의 판매 보수를 추가로 받는다.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100억 팔면 고작 1억 남는데, 이제 징계 무서워서 어떤 CEO가 사모펀드 팔 수 있겠나”.

본인도 모르는 새 펀드 한 번 잘못 팔리면 수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데다가 징계 수위에 따라 최대 5년간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하다. 당국이 이토록 무자비하게 칼날을 들이대는데, 증권사 CEO 입장에서는 개인이 펀드 자산을 횡령할 목적이 없는 이상 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자잘한 실적에 집착하며 펀드를 팔 이유 역시 없어진다. 이는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매일 수많은 펀드가 출시된다. 운용사도 아닌 판매사가 아무리 철저히 관리한다한들 한계가 있다. 물론 펀드 취급 부서에 대한 내부 통제와 투자자 판매시 설명 미흡에 대한 관리 책임은 분명 있겠지만 사건 발생에 대한 책임의 경중을 보자는 것이다. 증권사 탄원서는 그에 대한 책임을 행위자도 아닌 CEO에게 다 지우는 건 과도하다는 취지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운용 주체인 전문사모운용사 인가 강화 등 근본적인 감독 대책을 내놓기 보다 판매사 추궁에만 열을 올리는 동안 펀드 시장은 죽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사모펀드 설정액 규모는 1월 약 412조원에서 10월 현재 약429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다방면으로 완화한 이후 설정액 규모 100조원대서 시작해 매해 100조원 이상 규모를 불리며 400조원까지 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은 잇따른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환매 중단 트라우마로 인해 사모펀드라 하면 일단 기피하고 있다. 공모펀드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제재심은 5일 다시 열린다. 이번에는 라임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젠투 등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면 사모펀드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전문성 없는 전문사모운용사가 난립할 수 있도록 만든 등록 제도부터 고치는 게 사모펀드 시장을 건전화할 현실적 방안 아닐까.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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