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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한진그룹 유상증자 철저히 외면···고도의 전략인가, 자금난인가

조현아, 한진그룹 유상증자 철저히 외면···고도의 전략인가, 자금난인가

등록 2020.10.26 16:05

이세정

  기자

유상증자로 배정받은 구주주 신주인수권 매도대한항공·㈜한진 유증 불참 수익, 2800만원 그쳐‘경영 복귀 의지 없다’ 명분 강조위한 전략으로 해석현금 동원력 약화···실익 없어 건너뛴 것이란 의견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 계열사가 단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 참여 의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과 심각한 자금난의 증거라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26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가 유상증자를 완료했거나, 현재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지난 5월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목표 현금은 9999억9999만원으로, 채무상환 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시장 반응에 최종 발행가액이 높아졌고, 조달 금액은 1조1269억원으로 늘었다.

최대주주 한진칼을 비롯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오너가도 유상증자에 적극 동참했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각각 대한항공 신주인수권 6003주를 받았고, 이 고문은 1만804주를 소화했다. 확정 발행가액은 주당 1만4200원이었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8524만원씩을, 이 고문은 1억5342만원을 투입한 셈이다. 오너가 3인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출자한 금액만 3억239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배분받은 신주인수권을 곧바로 매도했다. 조 전 부사장은 신주인수권증서 6003주를 주당 3570원에 처분했고, 2143만원의 이득을 봤다. 보유 주식은 종전과 동일한 3140주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이 현재 실시하는 10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한진 구주주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 794주씩 받았다. 확정 발행가액은 3만6450원으로, 모두 소화하려면 각각 2900만원이 필요하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배정분을 그대로 유지해 지분율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한진 신주인수권증권 794주를 주당 8050원에 팔았고, 639만원의 현금을 챙겼다.

진에어는 오너 개인이 보유하는 주식이 없기 때문에, 구주주 신주인수권이 배분되지 않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계열사 유상증자에 불참한 속내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우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불거진 ‘땅콩회항’ 이후 3년 4개월간 경영에서 물러나 있다.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로 잠시 복귀했지만, 막냇동생 조 전무의 ‘물컵논란’이 점화되면서 한 달여 만에 다시 퇴진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작년 4월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경영권은 조 회장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조 회장의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 지정을 놓고 가족간 불협화음이 새어나왔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연말 경영복귀가 무산되자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경영권 공격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외부 세력과 연대하게 된 이유로 ‘오너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했다. 자신 역시 경영에 복귀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쟁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등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경영 본심을 숨기고 있다는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계열사 지분이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부사장이 계열사 2곳의 유상증자 불참으로 얻은 수익은 약 28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이를 감안할 때 유동성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건너뛰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금 융통이 쉽지 않은 만큼, 실익이 없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후 6년간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연간 배당으로 약 13억원 가량을 벌고 있다.

지난 6월 기타 개인에 한진칼 주식 0.49%(29만2740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내역을 보면, 조 전 부사장의 자금 융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당시 계약내역을 살펴보면, 25억원을 2년 만기로 빌렸다. 이자율은 6.8%이고, 담보유지비율은 700%다.

은행권 주식담보대출은 담보가치의 50~70%를 융통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계약 전날 종가는 8만1700원으로, 조 전 부사장이 맡긴 담보의 가치는 239억원이다. 은행권에서 빌렸다면 최대 170억원을 빌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담보가치의 10분의 1 수준인 25억원을 빌리는데 그쳤다. 통상적이지 않은 계약을 맺은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은 대출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이 계약을 해지했고, SK증권과 신규 대출 거래를 텄다. 대출 금액은 25억원으로 동일하지만, 담보로 맡긴 주식은 당초보다 5분의 1 수준인 6만3459주다. 이자율과 담보유지비율도 3.9%, 140%로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

3자 연합 중 유일하게 한진칼 지분율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현금력 약화의 증거로 부각된다.

3자 연합이 결성된 올해 1월 말 32.06%이던 총 지분율은 현재 45.23%(보통주 기준)다. 한진칼 신주인수권증서를 포함하면 46.71%로 늘어난다. KCGI와 반도건설은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한 데 이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대량 확보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1년 전과 동일한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추가 매수 등의 움직임은 전무하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지분율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자금력 부족으로 지분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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