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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폐쇄성 인사 논란···국책은행 CEO 여전한 ‘깜깜이 인선’

해묵은 폐쇄성 인사 논란···국책은행 CEO 여전한 ‘깜깜이 인선’

등록 2020.09.10 20:48

정백현

  기자

산은 회장 거취 계기로 CEO 선임 과정 비판 재발은행과 달리 후보 명단·경영 비전 공개 검증 없어폐쇄적 인사 과정 탓 매번 ‘밀실 인사’ 비판 등장임추위 구성 조항 없는 국책은행 관련법도 문제민간 금융권 과정 버금가도록 대대적 혁신 필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역대 산업은행의 4호 ‘연임 CEO’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금융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이 지나치게 ‘깜깜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묵은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 공공기관도 민간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금융권에서 서로 유사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민간 금융회사와 비교하면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이나 경쟁 상황 공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금융권 다수 관계자의 비판이다.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이 오는 2023년 9월까지 3년간 산은 회장으로 일하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산은 회장은 관련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관련 법률에 따라 정부가 임면권을 갖고 있는 금융 공공기관장은 산업은행 회장, 수출입은행장, 기업은행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주택금융공사 사장,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등이다.

기관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신보, 기보, 예보, 주금공, 캠코 등은 준정부기관이고 산은, 수은, 기은 등 국책은행은 모두 기타공공기관이다. 각 기관의 운영 근거가 되는 법률도 따로 있지만 준정부기관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 운영법)’을 따르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기술보증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기관장은 모두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 후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수은 행장은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라는 조직 구조상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임명 제청하고 있으며 주무 부처가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된 기보의 이사장은 중기부 장관이 임명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모두 정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공공기관이지만 민간 금융시장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각 기관이 수행하는 여러 기능 등을 고려한다면 민간 금융회사형 공공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책은행장 인선 과정과 민간의 은행장 선임 과정을 보면 차이가 꽤 크다. 회사 안팎의 CEO 후보군을 미리 밝히고 사외이사의 다각적 검증으로 차기 CEO를 정하는 민간 금융회사들과 달리 금융 공공기관은 그야말로 ‘깜깜이 인선’이나 다름없다.

국내 모든 민간 금융회사는 사외이사진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셀프 연임’을 막고자 임추위에 현직 CEO가 참여할 수 없도록 법 규정을 개정하는 등 CEO 선임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당국이 손을 쓰기도 했다.

민간 은행권의 임추위는 평소 복수의 CEO 후보군을 선임·육성하고 최종 후보자 명단이 추려지면 각자의 경영 비전을 듣는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을 통해 차기 CEO를 선정하고 있다. 보통 이 과정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해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순부터 한 달간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8월 28일 4명의 후보자를 이미 추렸고 오는 16일 프레젠테이션 형태의 심층 면접 인터뷰를 진행한다. 아울러 대구은행은 지난 2년간의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임성훈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결정했는데 후보 명단과 검증 과정이 모두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국책은행의 경우 애초에 운영 근거 법률에 임추위 구성 의무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또 임추위가 구성된다고 해도 CEO 후보가 몇 명인지, 복수로 추천된 후보들이라면 그들이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난 적이 그동안 단 한 번도 없다. 쉽게 말해 결과만 공개됐을 뿐 과정은 깜깜이인 셈이다.

법률상 공공기관은 내부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둬야 한다. ‘공공기관 운영법’ 25조와 26조에 공기업, 준정부기관 내 임추위 운영 관련 조항이 있다.

세부 조항에 따르면 각 기관장은 임추위가 복수로 추천한 임원 후보를 심의해서 주무기관장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게끔 돼 있다. 다만 이 조항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만 해당하는 것이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은 이 조항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산업은행법, 기업은행법, 수출입은행법에는 임추위 관련 규정이 없다. ‘금융위원장(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준정부기관과 지배구조나 성격이 유사한 공공기관임에도 임원 선임 과정에 빈틈이 존재하는 셈이다.

올 초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선임될 때도 이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윤 은행장이 CEO로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윤 은행장 외에 누가 임원 후보로 올랐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결국 CEO 선임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채 임명 절차가 이뤄졌다.

기업은행은 과거 공모 형식으로 은행장을 선임할 때 은행장 후보자 이력과 검증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정부산하기관 관리 기본법이 폐지되고 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을 선임하면서 현재의 절차로 굳어졌다.

그렇다 보니 차기 CEO가 어떤 경력을 쌓아왔고 누구와의 경쟁을 통해 어떤 검증을 받아왔으며 어떤 비전을 갖고 미래 경영에 임할 것인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선임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꾸준히 제기됐던 ‘낙하산 CEO’ 논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기관별 노조나 시민단체 등 시장 일각의 관계자들로부터 CEO 선임의 폐쇄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시장 이해관계자들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금융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기관의 CEO 선임 과정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CEO 선임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 CEO 선임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한 탓에 벌어진 것”이라며 “정부, 국회, 국책은행이 민간 은행권의 사례를 참조하고 상호 협의를 이어가면서 법 개정에 빨리 나서야 해묵은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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