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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에게 더 준다”···공모주도 아파트처럼 추첨할까?

“개미에게 더 준다”···공모주도 아파트처럼 추첨할까?

등록 2020.08.31 15:41

고병훈

  기자

금융위, 공모주 청약 배정 방식 개선청약 추첨제·복수 계좌 금지 등 검토업계 “추첨제 도입 시 역차별 우려”

“개미에게 더 준다”···공모주도 아파트처럼 추첨할까? 기사의 사진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해 추첨제 도입을 통한 소액 청약자 우대, 복수계좌 금지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는 공모주 청약 시장이 자금 동원력이 큰 기관이나 고액자산가 등 이른바 ‘큰손’들을 위한 머니 게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인의 공모주 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추첨제 방식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기업공개 과정에서 각각의 개인투자자들은 많은 신주를 배정받기를 바라고 있다”며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개인투자자간 배정 방식은 고액자산가일수록 유리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기업공개 절차 등을 규율하는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일반 청약자 물량으로 배정되는 공모주 약 20% 가운데 10% 정도는 소액청약자를 우대하거나 추첨제로 배정해 청약증거금을 적게 낸 개인도 공모주를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은 공모주의 20% 이상을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하되 그 물량 안에서는 각자 배정 방식을 정하게 돼 있다. 통상 청약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공모주를 많이 받는 구조다. 또 개인 자격으로 공모주 청약에 나설 경우 청약금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납입해야 하지만, 기관투자자는 별도의 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4만9000원, 일반 청약경쟁률이 323대 1까지 치솟았던 SK바이오팜의 경우 증거금으로 1억원을 내도 12주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 대략 증거금 791만원당 1주가 배정된 셈이다.

오는 1~2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가 희망밴드(2만원~2만4000원) 최상단인 2만400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일반투자자들에 배정된 공모주식수는 전체 공모주식수(1600만주)의 20%에 해당하는 320만주다.

만약 청약 경쟁률을 1000대 1로 가정할 때 산술적으로 1200만원을 증거금으로 납입해야 1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경쟁률이 1200대 1을 넘어갈 경우에는 1주도 살 수 없단 뜻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국내 및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국내 IPO 사상 최고의 경쟁률인 1479대 1로 집계됐다. 최근 코스닥에 입성한 한국파마(2036대 1), 티에스아이(1621.1대 1), 셀레믹스(1177대 1), 미투젠(1010.87대 1) 등 일부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청약경쟁률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고작 몇 주를 받기 위해 수천만원 이상 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대출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은 있는 사람만 더 가져가는 구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또한, 금융당국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증권사를 달리하는 복수 계좌 청약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여유자금이 많은 개인투자자가 여러 주관사에 동시에 청약을 넣어 공모주를 배당받는 것을 막고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좋은 투자기회를 많은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리는 건 당연한 현상인데, 이를 단순한 추첨 방식으로 뽑는다면 또 다른 ‘역차별’ 논란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공모주 청약 방식과 유사한 주택청약 시장에서는 청년층·신혼부부 등 사회적 기준으로 선발된 이들에게 가점제, 100% 추첨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정작 40~50대 중·장년층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공모주 시장 개선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이 정해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실현 가능한 자율규제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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