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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4연속 상한가 후 대폭락’ 알루코, 뻥튀기 계약의 전말

LG화학·SK이노와 최대 8000억 규모 ‘배터리 팩’ 공급계약 발표
계약 소식에 4거래일 연속 상한가…거래소 ‘투자경고종목’ 지정
회사 측 “계약 금액 확정 안 돼”…투자자 “주가조작 행위” 분통

알루미늄 압출전문 기업 알루코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무려 8000억원이 넘는 수주 계약 소식에 연일 상한가를 치던 주가는 해당 계약이 실제 계약보다 과장됐다는 이른바 ‘뻥튀기’ 논란에 휩싸이며 하루 만에 20%가 넘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5일간 알루코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알루코는 국내 대표 전기차 배터리 기업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과 다임러그룹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 팩 하우징’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팩 하우징은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셀의 열 방출을 위해 열전도율이 우수한 알루미늄 소재가 주로 사용되는데 정밀 압출과 가공을 위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회사 측은 “확정된 배터리 팩 하우징 공급 물량만 4억달러(약 4750억원)에 앞으로 추가로 계약할 물량도 최소 3억달러(약 3560억원)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발표대로라면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액의 약 2배에 달하는 그야말로 ‘초대박 계약’인 것이다.

또 현재 삼성SDI와도 신제품 개발을 위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납품이 성사된다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빅3’ 업체 모두에 배터리 팩 하우징을 공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알루코의 주가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000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5000원 후반대까지 뛰어올랐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184.3%에 달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계약과 관련된 공시가 발표되지 않은 것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통상 매출액 대비 비중이 큰 공급 계약의 경우 공시를 통해 알려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루코는 해당 계약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알렸을 뿐 어떠한 공시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배터리 팩 하우징’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삼아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병일 알루코 대표의 인터뷰 내용까지 등장하면서 주가 과열은 계속됐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알루코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고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알루코는 답변 공시를 통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과거에 체결한 사실이 있다”며 “발주사 요청에 의해 수량 및 시기는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계약’이란 부품공급계약에 대한 발주사와 거래를 위해 제반사항 등을 정하는 계약이다. 즉 기본계약을 맺긴 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최대 7억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알루코가 제출한 계약서를 보면 수천억원대 계약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알루코 측은 “보도에 인용된 삼성SDI와의 신제품 개발 테스트 진행도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시에 따르면 앞서 주가 급등을 초래했던 모든 발표가 실제 계약보다 훨씬 과장된 내용임을 회사 측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주주들이 모인 종목토론방과 각종 커뮤니티에 “전형적 주가 조작 행위로 선량한 일반 투자자만 피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알루코는 14일 전 거래일 대비 20.87%(1225원) 하락한 46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가격제한폭(-30%)에 근접한 411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 800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발표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실제 주가에 큰 영향을 준 사안인 만큼 단순 실수가 아닌 누군가 주가 급등을 노린 의도적 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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