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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철 기자
등록 :
2020-07-14 16:16

기업은행, 새마을금고 전철 밟을라…논란만 만드는 정치권

기은노조 반대성명 “정권 돈줄로 전락할 수 있어”
행안부 산하 새마을금고 내부기강 등 문제 심각
‘관치금융’ 우려…‘금산분리’ 원칙에도 정면 배치
김경만 “발의한 법안 중기부 이관 내용 아냐” 부인

IBK기업은행 전경

기업은행의 관할 부처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이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중이다. 기업은행이 중기부 산하로 이전할 경우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 감독을 받으며 부작용을 겪는 제 2의 새마을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 금융투자 활성화법’ 발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인 기업은행을 중기부 산하로 이관하자는 내용이다. 정책금융 지원 기관을 중기부 소관으로 일원화해 중소기업 지원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기업은행을 금융위 산하에서 중기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김 의원의 법안 발의에 반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이 정권의 돈줄로 전락할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다’ ‘효율성과 신속성, 지금 이대로가 높다’ 등 3가지 이유를 들어 중기부로 이관을 반대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 전문 감독기관을 떠나면서 생기는 ‘기업은행의 정치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정권의 돈 풀기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 중기부 이관 장점을 얘기하기 전에 보수ㆍ진보 정권에 따라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을 시스템을 논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이들이 중기부 이관을 반대하는 이유는 중기부 산하로 옮겨지면 금융당국의 감독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을 벗어난 기업은행은 내부기강 해이 등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행안부 산하에 있는 새마을금고도 금융당국의 감독을 벗어난 뒤 모럴해저드 등 수 차례 문제가 일으켰다. 새마을금고는 총 자산이 200조원에 달하는 금융기관이지만 은행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농협, 수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들과 달리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행안부 감사만 받는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횡령, 특혜대출 등 수차례 논란에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해 새마을금고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행안부는 지난해 말 전국 단위 새마을금고를 감독하는 중앙회 종합감사를 해 ‘채용비리’를 적발했지만 채용비리를 일으킨 새마을금고중앙회 인사담당자들은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주의’ 처분에 그쳤다.

이때문에 새마을금고 감독권한을 금융위로 이전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마을금고법 개정안도 지난 2014년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중기부 산하로 이관될 경우 주주권익을 추구하는 상장사인 기업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또 금융당국과 중복 통제를 받게 될 우려가 있어 실물경제의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면서도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민간은행의 성격도 띄고 있는데, 발의된 법안은 중소기업 지원만 보는 듯 하다”며 “이익을 내고 주가를 올려야 하는 민영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철저히 배제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기업은행은 자력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6000억원을 낸 우량기업”이라면서 “세금으로 꾸려가는 정부 부처가 아니라 돈을 버는 회사로 기업은행의 대출 재원은 정부 지원이 아닌 스스로 창출한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금융 전문 감독기관을 떠나면서 생기는 ‘기업은행의 정치화’를 꼽았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관치금융, 즉 금융을 관이 통제함으로써 기업과 경제 발전을 이끌겠다는 발상 자체가 구태이며 민주·진보세력이 지향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금산분리 원칙에도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경만 의원은 기업은행의 중기부 이관 추진설을 부인했다. 김 의원 측은 “지난 9일 제출한 ‘중소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오로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소기업중앙회)을 중소기업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기업은행을 중기부 아래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왔으나 실제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며 “현재 기업은행을 중기부 산하에 두는 법안을 낼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의원은 그동안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중기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은 금융위 산하기관인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이원화된 금융지원체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주현철 기자 jhchu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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