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6일 화요일

  • 서울 17℃

  • 인천 17℃

  • 백령 12℃

  • 춘천 17℃

  • 강릉 19℃

  • 청주 20℃

  • 수원 17℃

  • 안동 21℃

  • 울릉도 15℃

  • 독도 15℃

  • 대전 15℃

  • 전주 18℃

  • 광주 21℃

  • 목포 17℃

  • 여수 22℃

  • 대구 23℃

  • 울산 23℃

  • 창원 24℃

  • 부산 22℃

  • 제주 21℃

기업자산 매입 여론에 부담 커진 정부 “수요조사도 안 했는데···”

기업자산 매입 여론에 부담 커진 정부 “수요조사도 안 했는데···”

등록 2020.06.14 10:00

수정 2020.06.14 10:03

정백현

  기자

최소 2조원 들여 유동성 부족 기업자산 매입 추진대한항공 송현동 부지·항공기 등 매각 가능성 높아민간 투자자 나서야 하지만 정작 시장 분위기 냉랭당국 “원칙만 제시한 단계···특정기업 언급 부적절”

정부가 긴급한 기업자금 수요 해결이 필요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산을 직접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유동성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자산이 매입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매입 대상 자산에 대한 수요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기업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탓에 정부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개최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기업의 유동성 확보와 원활한 자구계획 이행을 돕기 위해 자구 노력과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자산을 매입해주는 ‘기업 자산 매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원 방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 매각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지원 규모 확대를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와 민간 사모펀드 등 다양한 민간 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캠코는 자산 매입을 위해 최소 2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자산 매입 재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금액은 사모펀드 등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해 자산 매입 활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산 매입 방식은 크게 3가지로 직접 매입·보유 후 제3자 매각(바이 앤 홀드), 매입 후 재임대(세일즈 앤 리스 백),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등으로 나뉜다.

시장의 관심이 가장 큰 부분은 캠코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주요 대기업의 어떤 자산을 얼마 정도 가격에 매입할 것인가다. 시장 안팎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대형 항공사들을 자산 매입 대상 기업 1순위로 꼽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지원 대상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3조원에 달하고 신종자본증권까지 합한다면 4조원의 빚을 안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이 내놓은 자산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서울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저 부지다. 당초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이 땅에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을 내놨지만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지 못하며 난항을 겪었고 결국 외부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부지의 가치는 최소 6000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공원 용도로 부지 매입 의사를 밝힌 서울시는 4671억3300만원을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한항공은 난감해 하고 있다.

그러자 캠코가 나선다면 대한항공이 원하는 제값을 받고 송현동 부지를 팔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캠코 안팎에서는 가능성을 다소 낮게 보고 있다. 정부가 밝힌 자산 매입 경로 중 송현동 부지는 정부 직접 매입·보유 후 제3자 매각(바이 앤 홀드)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나머지 방식은 부동산이라는 자산 특성상 이행이 쉽지 않다.

문제는 바이 앤 홀드 방식의 추진 방법이다. 정부는 캠코의 재원과 민간 투자자들의 재원을 함께 들여 자산을 매입한 뒤 제3자에 매각하겠다는 우선 원칙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캠코 독자 의지로는 매입이 어렵고 민간 투자자가 함께 참여해야 추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송현동 부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지 공개매각 입찰 결과 이 땅을 사겠다고 나선 곳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이미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자산인데 정부가 매입 지원에 나선다고 해도 대한항공이 원하는 제값을 주고 받는 거래가 원활하게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금융당국과 캠코 측에서도 대한항공 소유 자산 매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캠코 출연 재원이 최소 2조원인데 특정 기업 소유 자산 매입을 위해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쏟아붓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비판을 일부 의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자산 매입 추진 원칙만 제시한 것이며 세부 사항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시장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수요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캠코가 채권 발행한도를 정하기로 한 만큼 특정 기업 자산을 사겠다고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어렵다면 다른 자산을 파는 방법도 있는데 생각보다 잘 풀릴 수 있다. 대표적 자산이 항공기다. 현재 대한항공은 여객기와 화물기를 합해 17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일부를 대한항공이 내놓으면 캠코 단독으로 세일즈 앤 리스 백 형식의 매입에 나설 수 있다.

대한항공 외 다른 기업의 자산을 정부가 매입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시장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쌍용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이른바 ‘한계기업’의 자산 일부를 정부가 사들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한항공처럼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일부를 내놓을 수 있고 쌍용차와 두산중공업은 공장, 사옥 등 영업용 자산의 매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영업용 자산 매입은 민간 투자 없이도 캠코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이 없기에 이달 말 이전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우세하다. 무엇보다 시장 수요조사가 이달 중 진행되는 만큼 수요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투자 규모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