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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넘버 2에서 상폐 기로···신라젠 5년이 남긴 것들

코스닥 넘버 2에서 상폐 기로···신라젠 5년이 남긴 것들

등록 2020.05.13 16:07

수정 2020.05.13 19:01

김소윤

  기자

상장 후 15만원 최고 찍고 10분의 1토막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 문대표 구속2018년 문은상 대표 1300억 매도 ‘엑싯’임상실패 발표 넉달전 알아 도덕성 도마올 8월 상폐 여부 결정, 17만 개미 ‘덜덜’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갓라젠’이라는 수식어로 2017년~2018년 바이오 전성기를 이끌었던 신라젠. ‘꿈의 신약 물질’인 펙사벡을 앞세운 신라젠 주가는 상장 후 한 때 10배 넘게 뛰었고, 코스닥 2위 자리까지 등극했다.

그랬던 신라젠이 현재는 경영진들의 불법 주식 거래로 체면이 구겨질대로 구겨지면서 상장폐지 기로에 처해 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주권매매거래마저도 정지가 된 상태다. 한 때 15만원 치솟던 주가는 현재 1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신라젠,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사실 신라젠의 최대주주와 임원진들의 주식 매각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왔다. 또 잊을만하면 나왔던 ‘펙사벡’의 임상 실패 루머가 전조였을 것이다.

신라젠은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은 2016년 12월 10년 만에 코스닥에 입성했다. 공모가도 1만5000원으로 ‘밴드 최하단’에서 결정됐는데 상장 당시에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서(1만2850원) 거래됐다.

적자기업으로서 회사가 주력하는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상용화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기관투자자 자발적 보호예수도 물량도 ‘0’였다.

주가는 한동안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당했다.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 지속됐고 2017년 2월20일에는 1만원마저 깨졌다. 그러다 주가는 2017년 6월 이후 펙사벡 가치 부각과 글로벌 임상 3상이 순항하고 있다는 소식 등이 맞물리면서 2만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후 MSCI 지수에 편입 되면서 9월에는 3만원대를 보이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4만원대, 10월에는 5~6만원대를 형성하면서 계속적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우게 된다.

신라젠 주가가 본격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1월부터다. 2017년 11월21일 장 중 15만원대를 터치하면서 역사적 신고가를 쓴다. 연초만 해도 1만원대하던 주가는 15만대까지 치솟으니 15배나 오른 것이다. 이로써 신라젠은 당시 코스닥 바이오 벤처기업 중 가장 ‘핫 한’ 종목으로 꼽히게 된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신라젠은 2018년 1월 최대주주인 문은상 대표가 급작스레 주식을 팔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규모도 1300억원어치로 작지 않았다. 최대주주의 대량 지분 매각을 놓고 여려 말들이 나왔다. 안그래도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악성루머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참이었다. 부랴부랴 문 대표가 자사 홈페이지에 “주식 담보대출에 의한 빚과 이자 상환”이라고 해명하며 상황이 나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펙사벡 개발을 놓고 수많은 루머는 여전했다. 같은 해 3월에는 펙사벡의 ‘프랑스 병용투여 발표 6개월 연기’ 루머에 주가는 10% 넘게 빠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매도 주체가 외국인이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한층 더 가중됐다.

이 역시도 전조에 불과했다. 같은해 7월에는 신라젠의 핵심 인물인 지성권 부사장이 돌연 퇴사하면서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됐다. 당시 지 부사장은 신라젠 주식 3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도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현직 임원인 신현필 전무가 신라젠 주식을 88억원어치 매도하자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숨은 악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이 외에도 특수관계인 8명 중 문상훈, 임수정, 조경래, 곽병학 등 4명 역시 신라젠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웠다.

잇따라 지분 처분 가운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계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2016년 상장 당시만 해도 이들의 지분율은 22%대였는데 2018년 7월에는 8% 남짓밖에 되지 않는 수준을 보였다.

그러다 작년 8월2일 드디어 일이 터졌다. 회사의 운명을 걸고 개발해 온 펙사벡이 임상 3상 중단을 권고 받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에서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했고, 국내 바이오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문 대표는 진화에 나서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이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본격 조사했고, 검찰의 칼날은 문 대표도 피하지 못했다.

그간 신라젠의 임직원들은 문 대표를 비롯해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검찰은 펙사벡의 임상 3상이 불발된 것을 놓고 미공개정보 이용을 의심했다.

결국 신라젠 경영진들이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발표 4개월 전에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정에서 ‘임상 실패’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임상 환자 40% 사망’ 정보를 신라젠이 지난해 3월 말에 이미 미국에서 통보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신라젠이 임상 3상 중단을 공식적으로 알린 지난해 8월 2일보다 넉 달 정도 앞선 시점이다.

경영진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신라젠의 상장 적격성 실질대상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신라젠의 거래는 정지된다. 최종 상폐 여부는 8월쯤 나올 예정이다.

한 때 시가총액 10조가 넘었던 신라젠은 현재 거래정지 됐고, 신라젠의 현재 주가는 1만2100원에 불과해 시총은 1조원에 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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