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3자 연합, 한진칼 의결권 재소송의 의미

반도건설, 의결권 제한 처분에 즉시항고
판결 바꾸기 어려워, 승소시 3월주총 결과 영향 없어
시장서 3자간 동맹 목적 의심, 명분 약화 탓 주총 패배
억울함 강조 의도…지분확대 부담 속 조원태 압박용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3자 주주연합이 법원의 한진칼 의결권 제한 결정에 불복하며 항고했다. 재계와 관련업계에서는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고, 만약 승소하더라도 당장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본다.

3자 연합의 이번 소송은 시장 안팎에 퍼진 경영권 장악 의혹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 특히 한진칼 주가가 올 초 대비 100% 넘게 급등하면서 지분율 확대가 부담스러운 만큼, 우회적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은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에 한진칼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즉시항고 소송을 냈다.

즉시항고는 법원 판결이 나온지 7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반도건설이 항고한 것은 단 3일 만으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3월27일)가 열리기 하루 전날 이뤄졌다. 이 소송이 법원에 접수된 것은 4월3일이고, 반도건설은 소 취하를 하지 않았다.

항고는 앞서 반도건설 계열사들이 제기한 한진칼 의결권 허용 소송이 기각된 데 반발한 후속조치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보유한 한진칼 주식 8.20%(485만2000주)에 대해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을 온전히 보장받도록 해달라’며 소송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서울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반도건설 의도와는 반대로 의결권을 가진 지분 8.20% 가운데 5%(295만8536주)만 의결권을 허용한다고 판결했다. 나머지 지분 3.2%(189만3464주)는 ‘없는 표’가 된 셈이다. 반도건설은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올해 1월10일부터 6개월 간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제재 해제 시점은 7월10일 이후다.

표면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반도건설이지만, 3자 연합의 합의 아래 추진되고 있다. 3자 주주는 공동전선을 구축한 상대방의 동의 없이 단독행동을 할 수 없다.

3자 연합이 항고심에서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1심 법원은 반도건설이 경영참여 본심을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공시했다고 판단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원태 회장에게 임원(이사, 감사) 선임을 마지막으로 요구한 지난해 12월16일부터 경영참가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게 맞다는 취지다. 그로부터 5일 이내에 보유 목적의 변경 보고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의결권을 가진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전해줄 이유가 없다고 봤다.

조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권 회장이 한진그룹 명예회장 자리와 이사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하는 녹음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반도건설 측은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3자 연합이 항고심에서 극적 반전을 꾀하더라도 이미 열린 한진칼 주총 결과를 바꿀 수 없다. 반도건설이 승소하게 되면 한진칼 주총에 상정된 안건에 의결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을 부결시키거나 3자 연합 추천 이사 후보 7인의 선임안을 통과시키기엔 여전히 유효표가 부족하다.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의 경우 찬성 56.67%(2756만9022표), 반대 43.27%(2104만7801표), 기권 0.06%(2만8817표)가 나왔다. 반도건설 3.2%를 반대에 몰아주더라도 45.39%(2294만1265)로, 결과를 뒤엎을 수 없다.

3자 연합 측 이사 후보 중 가장 높은 찬성표를 얻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김신배 후보는 찬성 47.88%를 받았다. 반대는 51.91%, 기권은 0.21%였다. 반도건설 의결권을 인정할 경우 찬성은 49.83%로 늘지만, 반대가 49.97%로 근소하게 앞선다.

또 한진칼이 반도건설의 의결권 허용에 불복해 재항고할 가능성이 크고,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다.

3자 연합 즉시항고는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3자 연합의 주총 패배 주요 요인으로는 시장 안팎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동맹 목적으로 한진그룹 경영정상화를 내세웠지만,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힘을 모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욱이 법원의 의결권 제한 판결로, 이들의 명분은 더욱 약화된 상태다.

또 한진그룹이 금융위원회에 제기한 주식처분명령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반도건설의 허위공시를 문제삼아 지분 3.2%에 대한 처분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할 경우 6개월 이내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3자 연합은 추가적인 주식 매입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3만9000원대이던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이슈로 2배 넘게 뛴 8만5000원대로 형성돼 있다. 특히 항공업황이 악화되면서 KCGI는 주식담보대출 상환 압박을 받고 있고, 반도건설도 자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쟁 이슈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조 회장 측을 압박하기 위해 소송전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3자 연합은 3월 주총 이전에 한진칼을 상대로 잇딴 소송을 제기하며 판 흔들기에 나선 만큼, 이 같은 추측도 무리가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3자 연합 항고에 조 회장 측도 총력방어를 펼친다는 계획이다”면서 “분쟁 이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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