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영 기자
등록 :
2020-04-08 12:00

“사스·메르스와 비교불가”…보험업계, 코로나19 대응 고심

보험硏, 코로나19 영향 및 과제 분석
실물경제 부진 여파로 불확실성 확대
상반기 대면채널 신계약 감소할 전망
장기금리 하락 시 건전성 악화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 자료=보험연구원

“코로나19는 과거 사스(SARS), 메르스(MERS) 발생 당시와 비교가 불가하며 향후 전개를 예측할 수 없는 전례 없는 사건이다.”(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직격타를 맞은 보험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각 보험사는 비대면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금리 하락과 불확실성 확대로 보험사의 건전성, 수익성이 동반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연구원은 8일 ‘코로나19 영향 및 보험산업 대응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부진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경기 침체로 이어져 보험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변동성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지만 금융시장의 문제가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실물부문의 비정상 상황으로 변동성이 발생했다”며 “보험사는 보험영업은 물론 금융시장을 통한 투자영업과 지급여력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 이후 발생한 사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은 확산기간이 길지 않아 영향이 미미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한다면 보험금 증가, 재보험사 손해율 급등, 계약 해지율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당장 올해 상반기 대면채널 신계약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 내에 진정되더라도 영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1~2개월간 고객 발굴 절차를 거치는 대면채널은 영업실적이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비대면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과 함께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원격 화상회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생명은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판매인의 청약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모바일 신계약 서류 보완 절차를 도입했다.

삼성화재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노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는 비대면 채널은 신계약 비중이 작고 판매 상품 또한 제한적이어서 대면채널 대체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일시적 경제적 어려움이 보험계약 해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험료 납입 유예 결정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피해 고객 특별지원 대상을 기존의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 중소기업으로 확대했다. 보험 계약자와 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료 납입, 대출원리금 상환을 각 6개월간 유예하고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이자 상환도 6개월간 미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 신용 스프레드, 환율 등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보험영업뿐 아니라 자산, 부채에도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금리 인하로 보험사의 주된 자산운용 수단인 채권 투자수익률 하락하는 가운데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는 계속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해 역마진 현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따라 미래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낮아져 준비금 적립 부담도 늘어난다.

노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보험사의 순자산가치 감소와 신규 투자에 대한 수익률 감소를 유발해 건전성,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장기금리 하락 시 전반적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험 보장과 실물부문 지원을 강화하고 극단적 상황에서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금융안정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분석이다.

노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충격을 받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위험 보장, 실물부문 지원 강화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검사, 감독에 대한 보험사의 부담을 줄여 보험사가 상품과 서비스를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사는 상품 판매와 보험금 지급 서비스를 개선해 위험 보장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사가 저금리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고 극단적인 대외 충격에 과도하지 않도록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향후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시 극단적 상황에 대비해 제도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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