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 회장, 아시아나항공 인수 고? 스톱?

유증 대금 지급 무기한 연기…항공업 악화 부담
코로나19로 손실 급팽창, 정상화 자금 2조도 부족
HDC현산, 영구채 상환유예·출자전환 등 요구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신용보강·대출한도 확대 등 방안도 거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놓고 포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금 마련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 연기설, 포기설 등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한다면 산업은행을 포함한 정부가 매각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앉기 때문에 추가지원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증 자금투입 연기…최악 경영난에 ‘멈칫’=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이 급격히 확산된 것은 지난달 말이다. HDC현산은 유상증자 자금납입일을 이달 7일에서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HDC현산이 유상증자를 무기한 연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차질이 생긴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선행 조건이 완료되면 계획에 따라 유상증자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강행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에 비해 시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2018년 기준 649.3%에서 지난해 1386.7%로 급등했다. 시가 총액도 지난해 말 1조4600억원대에서 지난 1일 기준 7579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역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채비율이 10배 증가하며 812%를 기록했고, 에어서울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HDC현산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 경기 침체도 간과할 수 없다. 무리한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담이 HDC현산으로 전가될 수 있다. 신용등급(A+)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정상화 자금 가늠 불가…‘밑빠진 독’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면서 HDC현산이 당초 계획한 자본 확충만으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은 임금 반납과 전직원 무급휴직 등 자체적인 비용절감에 나섰지만, 돌파구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고정비 축소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공항시설 이용료와 주기료 등을 면제하고 있지만, 리스료는 지불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84대의 항공기 중 64대가 리스다. 올해 말까지 내야 하는 리스료만 최소 9171억원에 달한다.

항공운임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상환 안정성도 악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2월 항공운임채권 회수실적 하락폭은 전월 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3월 역시 이보다 10%대의 하락폭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신용등급 하락과 ABS 조기지급 트리거가 발생할 수 있다.

HDC현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 4000억원, 회사채(공모) 3000억원 등 총 2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앞으로 누적 손실이 얼마나 급증할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하다.

◇출자전환·금리 인하·대출한도 확대 등 요청할 듯=아시아나항공 성공 매각을 자신한 KDB산업은행은 인수 불발설이 제기된 것 만으로도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이 중도 포기를 선언하게 되면, 다른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이 최근 산은과 접촉해 금리 인하와 차입금 상환 연장 등을 요청했다. 양 측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HDC현산은 이 같은 소문만으로도 다시 한 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됐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4월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직후 1조6000억원을 금융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영구채 5000억원과 한도대출(크레딧라인) 8000억원, 보증한도(스탠바이LC) 3000억원이다.

HDC현산은 인수를 마무리 짓는 즉시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에게 빌린 돈 중 9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산은이 입찰 과정에서 내건 조건 중 하나다.

우선 영구채 5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산은은 지난해 조건부자본증권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에 5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HDC현산은 영구채를 조기상환 유예를 요청할 수 있다. 또 조기 상환하지 않는데 따른 금리 상승 대신, 금리 유지나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자율은 연 7.2%로 고금리에 해당하는데, 2년 뒤부터는 2.5%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산은이 영구채를 출자전환해 HDC현산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대책도 있다. 출자전환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덜어주는 것이다.

산은은 앞서 아시아나항공에 크레딧라인 4000억원을 선인출해 줬다. 크레딧라인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계좌를 열어두고 필요할 때 돈을 빌리는 구조다. 산은은 이 돈도 당장 갚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HDC현산은 이를 미룰 수 있다.

신용보강과 여신지원도 거론된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BBB-)을 높여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아시아나항공의 잔여 여신 한도(약 6000억원대)를 추가로 늘리는 식이다.

산은 측은 “HDC현산에서 별도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지원 방안 등을 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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