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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3-24 18:05

초고강도 카드 꺼낸 정부…“기업·시장 붕괴 막겠다” 의지 피력

두 번째 비상경제회의서 ‘100조원+α 투입’ 카드 등장
시장 안팎서 “불안심리 해소 위한 선제적 대응” 분석
“대기업 붕괴는 경제 전반 붕괴 직결” 위기론도 한몫
‘금융권 過부담’ 우려에 “은행도 장기 관점서 수혜자”

제2차 비상경제회의. 사진=청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우 큰 수준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은 초고강도의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문을 닫거나 시장이 붕괴되는 일만큼은 막겠다는 의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었다. 지난 19일 첫 회의에서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놓은 후에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등 시장 안팎의 악재가 계속되자 유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 대안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첫 회의가 끝난 후 우리나라와 미국 중앙은행 간에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되는 등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는 호재가 등장했음에도 대외적 공포 심리의 영향으로 좀처럼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더 강한 극약처방이 예상됐다.

결국 정부는 기존의 패키지 프로그램 계획 규모를 두 배 키워 최소 100조원 이상을 민생 안정과 시장 안정에 쏟아붓기로 했다.

우선 정책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와 보증 여력 확대를 위해 58조3000억원을 투입해 기업의 자금경색 우려를 완화하고 채권시장과 증권시장, 단기자금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 유지를 위해 41조8000억원을 투입해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유지키로 했다.

특히 12년 만에 다시 등장하게 된 채권시장 안정펀드 규모는 애초 계획보다 두 배가 늘어난 20조원이 조성되며 여기서도 여의치 않으면 은행권의 자체 증액을 통해 펀드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아울러 증시안정을 위한 10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추가로 만들어진다.

이와 함께 회사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위해 산업은행이 2조2000억원을 투입해 채권 인수에 나서는 ‘회사채 신속 인수제’가 시행되며 증권사들의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를 위해 7조원이 공급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본래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에 국한됐던 지원 대상의 폭이 대기업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되 채권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정상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 때문에 문을 닫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자금 조달만 가능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항공업계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일부 업종의 대기업이 존폐 위기까지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기업이 무너지면 해당 대기업과 거래하거나 관계를 맺은 중소·중견기업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각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생계 문제까지 타격을 받는 등 경제주체 모두의 피해가 우려되기에 정부가 선제적 차원의 강력 대응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채권시장 안정펀드 규모가 계획보다 2배 이상 커지고 증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도 시장에서는 상당한 파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현재 시장 전반이 어렵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지만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초유의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이 민간 금융회사의 힘을 지나치게 빌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채권시장 안정펀드나 증권시장 안정펀드 모두 민간 금융지주회사나 금융업권 선도 회사, 시장 유관기관의 출자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장은 민간 금융권이 돈을 내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채권시장이 불안해진다면 오히려 기업이 은행에 돈을 빌리러 올 것이고 결국 이것이 시장 전체의 불안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공동출자금으로 시장의 붕괴를 막아낸다면 금융권은 오히려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번 시장안정펀드 조성에 자발적으로 협조한 것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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