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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치 산정, 혁신과 AI 만능주의 경계해야

[기고]부동산 가치 산정, 혁신과 AI 만능주의 경계해야

등록 2020.03.17 08:31

수정 2020.03.17 17:18

김성배

  기자

부동산 가치 산정, 혁신과 AI 만능주의 경계해야 기사의 사진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부동산 시세 자동산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이랜드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부동산 가치 자동산정과 관련된 것으로는 이미 앞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된 빅밸류, 공감랩, 4차혁명에 이어 4번째이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이들 업체들이 제공하는 시세정보를 객관적인 시세자료로 인정하고, 은행들이 담보대출을 할 때 이를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까지 부여했다. 필자는 금융위원회가 과대포장 된 혁신과 인공지능(AI) 만능주의 속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알파고 이후 AI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빅데이터 기반 부동산 시세 자동평가 서비스’ 등과 같은 이름을 듣는다면 AI를 통하여 모든 부동산 가격을 자동으로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대중을 호도하는 것을 경고하고자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들조차도 기업들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AI가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부동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실로 매우 다양하고 요인들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도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물론 AI를 이용하여 부동산의 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도출된 가격이 과연 믿을만한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AI로 쓸 만한 부동산가격 자동산정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석방법, 데이터, 전문성의 3박자가 갖추어 져야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가격 자동산정 모형의 작성 방법으로는 회귀분석과 같은 전통적 통계모형에서 AI 기법인 머신러닝, 딥러닝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이용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모형이 있어도 모형에 투입되는 데이터가 양적으로 충분하고 질적으로 우수한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또한 데이터 작성과 모형의 설정 및 분석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이론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여하여 예측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분석에 사용되는 데이터가 엉망이면 당연히 엉망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산정 모형에 주로 이용되는 실거래자료는 매매수요가 높은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발생한다. 또한 급매 등 특수한 사정의 개입이나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불균형으로 부적정한 가격이 다수를 차지한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들을 모두 조사하여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에서는 데이터의 한계 때문에 자동 산정 모형의 정확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감정평가사로 하여금 모든 실거래가격을 검토하도록 해 적정성을 확보한다. 덴마크에서는 부정확한 실거래가격을 그대로 사용해 세금을 부과하다 적정 수준보다 많은 금액을 거두어들인 것이 감사원에 발각되어 막대한 규모의 세금을 환급해 줄 처지에 놓여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자동가치 산정모형을 과세에 활용하고 있지만 정확도가 높지 않아 반드시 가격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검토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불리는 지금 부동산 가격 전문가와 데이터 전문가, 통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정확한 자료를 구축하고, 완성도가 높은 자동가격 산정모형을 만들어 이를 담보대출 과정에서 검증 및 참고자료로 활용하게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은행들도 자동 산정 모형을 외부 담보평가 결과의 검토, 담보물건의 가격수준 파악, 대출 후 담보가치 모니터링 등의 목적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과대 포장된 결과물에 현혹되어 담보물 가치평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부정확한 AI 결과물의 무분별한 활용은 금융소비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더 나아가 금융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자신이 내놓은 담보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을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부정확한 산정결과가 대출로 이어지고 이것들이 하나 둘 씩 쌓여나갈 때 금융부실의 가능성 또한 그 몸집을 키우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담보물 가치평가 업무는 엄연히 전문가인 감정평가사의 영역이며 감정평가사가 참여하여 개발한 AI 추정 결과는 담보평가의 정확성을 제고하는 보조수단 정도로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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