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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조원태 연합, 3월 주총 앞두고 줄소송 한 배경

[뉴스분석]反조원태 연합, 3월 주총 앞두고 줄소송 한 배경

등록 2020.03.13 11:15

이세정

  기자

약 20일간 한진칼 상대로 가처분 소송 3건 제기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한진칼 의결권 금지 주장반도 ‘허위공시 논란’ 무효표 저지···의안상정 신청소모전 양상···주총 표대결 수적 열세 의식 관측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3자로 구성된 반(反)조원태 세력이 한진칼을 상대로 소송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약 20일 동안 제기된 소송 건수만 3건이다.

3자 연합의 이 같은 행보는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 이면에는 수적 열세를 절감한 위기 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자 연합은 지난 12일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3.8%에 대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3자 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를 조원태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판단했다. 조 회장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에 따라 이들 지분을 대량보유변동보고시 합산해야 하지만,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했으니 의결권을 주지 말자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은 오는 20일까지 사내 인트라넷에서 전자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진칼 주총 의안별로 찬반 여부를 결정해 공정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조 회장 체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만큼, 찬성표가 조 회장 측 안건에 기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건설은 지난 3일 한진칼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말 폐쇄된 주주명부에 따라 반도건설이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대호개발 214만2000주 ▲한영개발 221만주 ▲반도개발 50만주 총 8.20%다.

시장에서는 반도건설의 지분보유목적 변경을 두고 허위공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투자목적은 ‘단순투자’였다. 올해 1월까지 지분율을 8%대로 늘리면서도 투자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분 매입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반도건설이 본심을 숨기고 주식을 매수했다면, 한진칼은 경영권 방어를 준비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3자 연합은 한진칼 현 경영진이 주총 현장에서 의결권 불인정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주총에서 반도건설 보유 지분이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송을 건 셈이다.

지난달 25일에는 KCGI 산하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을 한진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한진칼 이사회가 지난 4일 3자 연합이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와 정관변경 안건 등을 주총 의안에 올린 만큼, 이 소송은 더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3자 연합이 신청한 소송들의 성격을 볼때, 지분 경쟁 패배 가능성을 심각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말 폐쇄된 주주명부 기준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가 및 특별관계자 22.45%, 델타항공 10.00%, 카카오 1.00%,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3.80%를 모두 더해 37.25%로 추정된다. 잠재적 우군인 GS칼텍스와 경동제약, 한일시멘트까지 포함하면 37.91%로 늘어난다.

반면 3자 연합은 31.98%를 확보했다. 강성부 KCGI 대표와 치분이 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2.20%)를 고려하면 34.18%로 파악된다. 양 측간 지분격차는 3.73%포인트로, 조 회장 측이 우세하다.

이번 소송으로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보유 지분이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면, 주총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반도건설이 허위공시에 해당할 경우 양 측간 지분차는 10%포인트 이상 훌쩍 벌어지면서 주총 패배가 불가피하다. 다시 말해, 상대방 편의 우호 지분을 낮추고 자신들의 지분 이탈은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소송을 여론몰이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간 확보 지분으로 볼 때,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구도가 아니다. 30%에 육박하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의 표 향방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다. ‘소송=문제제기’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을 대상으로 조 회장 측의 불통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3자 연합 줄소송이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3자 연합은 소송 청구 내용에 ‘신청비용은 채무자(한진칼)가 부담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한진칼이 패소할 경우, 적지 않은 변호사 비용 등을 물어내야 하는 것.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 이번 주총에서 표결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진그룹의 재무구조가 심각하다고 비판하는 3자 연합이 주총 승리를 위해 역으로 한진칼 재산을 축내는 것은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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