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인더스트리]매스컴 잘 다루는 CEO

(그래픽 왼쪽부터)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간담회가 1시간째 진행중이다. 여전히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 쓸거리를 좀 달라.”

지난달 갤럭시 언팩 기자간담회 때 한 고참 기자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오후 2시 시작된 간담회는 한 시간이 지났지만 속칭 ‘야마’(기사의 핵심 주제)가 없다는 게 그의 불만이었다. 사장 취임후 기자들과 처음 마주하는 자리여서 다소 밋밋한 대화만 이어갔던 노태문 사장. 기자들의 질문은 쏟아졌으나 ‘야마’라 할 만한 제목을 딱히 뽑기가 어려웠다.

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질문에선 별다른 얘기 없이 지나쳤다. 만일 그 자리에서 재미있는 몇 마디만 했어도 그게 ‘야마’가 됐을 거다.

삼성전자를 오래 출입한 기자는 고동진 사장과 비교했다. “고동진 사장도 처음엔 얘기를 잘 안 해주고 매스컴과 친해지지 않았지만, 나중에 줄줄 나왔다. 노태문 사장도 나중엔 야마를 잘 주지 알겠냐”고.

고 사장은 기자들이 쓰고 싶은 기사 방향에 맞춰 ‘센스 있게’ 말을 잘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민감한 팩트는 ‘비보도’ 원칙으로 거침없이 말을 한다. 그래서 기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CEO로 꼽힌다.

기자간담회 또는 외부 행사가 있을 때면 언론과 스킨십을 즐기는 CEO들이 더러 있다. 좋게 말하면 ‘언론플레이’에 능숙한, 기자의 갈증을 풀어주는 타입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대표적이다.

박 사장은 미디어에 거부감이 없는 CEO로 출입기자들 사이에 유명하다.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면 무조건 얘기를 해줘 ‘야마 찾기’가 아주 수월한 CEO다. 취재진 분위기를 잘 띄울 줄도 안다. 취재 현장에 박 사장이 등장하면 늘 기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반면 말을 안 하는 부류는 재벌 총수들이다. 너무 입이 무겁다. 기분 좋게 한마디 던지면 취재진은 굉장히 고맙다. 그런데 그 한마디 말 하기를 꺼린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취재진에 굉장한 힘이 되는데 말이다.

그나마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매스컴을 피하지 않는 총수에 속한다. 실제로 성격도 털털하다. 출근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기자들을 만나면 적어도 ‘한 꼭지 기사’는 나오게끔 해준다. “이왕 기사가 나간다면 좋게 써 달라”고 너스레도 떨 줄 안다.

항공업계에도 미디어에 거부감이 적은 CEO가 있다. 항공사 최장수 CEO로 알려진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출신인 그는 개인 휴대폰으로 기자들과 소통할 정도로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인천 취항 기념 기자간담회’엔 금호그룹 홍보팀에서 이 행사에 몰래 참석했다. 이유는 뭐였을까. 당시 현장 기자들 사이에선 한 사장이 질의응답 시간에 내뱉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감시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염탐하러 온 것 같았다는 말들도 나왔다.

기자회견 시기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전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해 한 사장은 “협상이 진행중이지만, 분리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내뱉었다. 또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분리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분리매각이 이뤄져도 경영상 큰 문제는 없다”고 발언했다.

업계에선 자회사 수준에서 쉽게 내뱉기는 힘든 말을 한 사장이 비교적 높은 수위에서 솔직하게 했다는 반응이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산업계가 초비상이다. 재계 총수 가운데선 가장 먼저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산공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응원메시지가 매스컴을 훈훈하게 달궜다.

“모두 힘을 내 함께 이 위기를 이겨내, 조만간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으며 만납시다.”

이 부회장이 던진 메시지 속에는 어쩌면 매스컴을 잘 다루는 기술이 녹아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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