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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롯데쇼핑,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

롯데하이마트·롯데쇼핑,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

등록 2020.03.09 16:35

수정 2020.03.09 21:13

이지영

  기자

신동빈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24개월치 급여·팀장급 재취업 비용 지급롯데쇼핑 희망퇴직 마트 노조 반발 클 듯인력감축 없이 ‘재배치’ 하겠다던 입장바꿔

롯데하이마트·롯데쇼핑,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 기사의 사진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됩니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렵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 계열사에 매스를 댄다.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들은 최근 몇 년 새 실적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아 무려 3조원의 손실을 떠안고 시장 철수까지 단행한 롯데는 이후에도 여러 악재와 부딪히며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비 패턴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빠르게 바뀌면서 오프라인 위주로 성장한 롯데쇼핑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눈 깜짝할 새 점유율을 빼앗겼다. 매년 전넌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수익성이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과의 외교 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기업으로 낙인 찍힌 롯데에 불똥이 튀었다. 전국적으로 펼쳐졌던 일제 불매운동은 롯데 보이콧으로 이어져 또 한번 롯데 유통계열사들을 힘들게 했다. 두 달여 만에 불매운동이 조금씩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자, 이번엔 코로나19가 롯데를 덮쳤다.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마트·백화점 ·면세점 등 주요 유통 채널의 경영 시계는 멈춰 버렸다. 여행사와 호텔·롯데타워 등 주요 계열사 영업은 마비됐고 매출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신 회장은 더 이상은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대로 대책 없이 롯데가 굴러간다면 머지않아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체질개선이 기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그는 가장 먼저 구조조정 칼을 빼들었다. 뼈를 깎는 고통이지만 롯데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확신을 갖고 앞장섰다.

그는 실적 감소세가 심각한 롯데쇼핑부터 손을 댔다. 부실 점포를 싸그리 도려내기로 했다. 수익성이 주저앉는 상황에서 꼭 필요하고도 시급한 조치하고 판단했다.

하지만 롯데에겐 전례 없는 첫 시도이기도 했다.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무려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점포가 줄어드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 점포당 협력업체 직원을 제외하고 200~300명 가량의 직원이 고용돼 있다. 점포를 폐점하게 되면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는데 점포 30%를 정리 하다보니 재배치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인력감축은 희망퇴직을 통해 실시하기로 했다. 롯데쇼핑과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감소한 롯데하이마트를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창사이래 처음이다. 각각 40년, 20년 만에 첫 강행되는 구조조정인 만큼 재계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9일부터 1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대리∼부장급 직원이 대상으로, 해당 조건에 맞는 직원은 80여명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을 하는 직원에게는 법정 퇴직금과 희망퇴직 위로금, 창업·재취업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위로금은 24개월치 급여를 지급하고, 팀장 점장 등 직급자엔 재취업비용도 1200만원~1500만원 수준으로 지급할 것으로 전해젔다.

롯데하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실적 개선을 위한 비용절감 차원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1% 급감했고 매출도 2.1% 감소했다. 2019년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9%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롯데쇼핑도 마트 백화점 슈퍼 등 계열사 전반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조건은 조만간 사내 공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롯데쇼핑은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개편안 발표에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노조는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회사는 인력 재배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직원은 한명도 없다. 앞으로 희망퇴직 등 사실상의 해고 수순으로 가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당시 회사 측은 “인력 재배치로 자리를 보전해 줄 것”이라고 노조를 설득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타격이 걷잡을 수없이 심각해지자, 회사 측도 인력감축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쇼핑의 현실은 실적이 말해준다. 지난 2015년 29조1277억원이던 매출은 2016년 22조9760억원, 2017년 17조9261억원, 2018년 17조8208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이익 구조는 심각한 수준이다. 롯데쇼핑 당기순이익은 이미 적자구조로 돌아선 지 오래다. 지난해 적자 점포의 미래 손실을 4분기 실적에 선반영 한 결과 적자 규모가 무려 1조원에 달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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