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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2-19 17:21

은성수, ‘규제 완화 폭탄’ 라임 사태에 진땀…대책 발표 앞두고 깊어지는 고민

“라임 사태, 금융당국도 제도적 책임 있다” 언급
장벽 낮아진 PEF 시장 규모, 9년 새 수천배 폭증
‘규제 완화 부작용’ 막기 위한 대안 수위가 관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2020년 금융위 업무계획 설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금융권 현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로 인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시도됐던 사모펀드 관련 규제 완화의 단점이 라임 사태라는 대형 폭탄으로 돌아왔기에 규제 완화를 일관되게 외치던 금융당국 입장이 꽤 난처해졌다. 이제는 대안의 방향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1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2020년 금융위 업무계획 설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라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 그러면서 라임 측의 펀드 상환 계획이 적절한지 또 사모펀드의 유동성 문제에 대해 더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라임자산운용과 일종의 대출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황과 관련해 “TRS도 일종의 계약인데 이것이 틀렸으니 계약 관계에 대해 바꾸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로 인해 이번 사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면서도 “규제 완화 정책을 생각하다 보면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나 그 부작용을 악용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에 대한 고민도 뒤따른다”고 언급했다.

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정책 지속으로 발생한 과오임을 인정하면서도 규제 완화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진행해 온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한국형 헤지펀드의 등장을 돕겠다며 펀드 관련 규제를 적극 풀겠다고 나선 것이 규제 완화의 시초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후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대안으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 사모펀드 운용사의 진입 요건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면서 시장의 몸집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사모펀드 운용 인력에 대한 요건도 대폭 완화해 금융회사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모펀드 운용이 가능하게 했다. 결국 이 완화된 요건 때문에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력 밖에 없던 이종필 전 부사장이 라임자산운용에 합류할 수 있었다.

2011년 12월 12개의 사상 첫 토종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동시 출시 당시 펀드 설정액은 총 1500억원이었다. 2015년에는 사모펀드 199조원으로 늘었고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펀드 규모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기준 416조원이 됐다.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된 후 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규제 완화가 이번 라임 사태처럼 대규모 금융 사고의 씨앗을 낳는 계기가 됐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금융당국의 고민은 은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규제 완화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과 규제 완화의 빈틈을 악용하는 이들의 행위를 어떻게 막아내느냐다.

이날 금융위가 밝힌 업무계획에 따르면 사모펀드 관련 정책에 대해 모험자본 공급 등 사모펀드 본연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운용 자율성은 지속 보장하되 취약구조 보완을 위한 최소한으로 필요한 규율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수탁기관·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판매사(증권사)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확충하며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만기 미스매치나 복층·순환 투자구조는 물론 TRS 등 일부 운용구조에 대한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뜯어고치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수위가 문제다. 부작용을 막고자 한다면 아예 사모펀드 부문에 폐쇄적 정책으로 회귀할 수 있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다.

은성수 위원장도 “완벽한 규제와 제도란 없기에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과연 어디까지 규제를 해야 하느냐에 대한 딜레마가 깊다”면서 “아예 모든 것을 못 하도록 금지시키면 부작용도 안 나오겠지만 그것은 시장이 원하는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혁신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대로 가되 부작용을 악용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 등을 사려 깊게 대비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 “규제 완화와 관련된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나온 금융당국의 대안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탁기관과 PBS,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의 위법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기조를 지속하되 펀드 설계와 판매의 전 과정을 면밀히 눈여겨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시장과 소통하면서 대안을 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답”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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