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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영 기자
등록 :
2020-02-18 17:01

수정 :
2020-02-18 17:02

한진칼 주주명부 받은 KCGI, 표대결 본격화

‘캐스팅보트’ 소액주주 설득 나설 듯
작년 대한항공과 비슷, 같은 수순 밟나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요구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주주명부를 확보하면서 소액주주 설득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주명부 열람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던 것과 달리 주주제안, 공개토론회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오면서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에 올릴 안건을 확정, 의결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확정되는 안건은 내달 말 주주총회에서 다뤄지게 된다.

올해 한진칼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다. 남매간 경영권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표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투표결정자)’를 쥐게 되면서 의결권을 대리하는 위임장 대결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이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투표는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직접 주총 행사장에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빠르게 주총 안건에 찬반 의견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소액주주의 표심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자투표제 도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반(反)조원태’ 연합군은 이미 발표한 주주제안에서 주주가치 제고 수단 중 전자투표제 도입을 가장 우선으로 내걸었다. 주주들의 표심을 잡고 조 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만능 키’로서 향후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는데도 유리한 수단이다. 전자투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다. 캐스팅보트 역할로 떠오른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율은 애초 알려진 4.11%보다 크게 적은 2.9%가량으로 알려졌다. 연금 영향력은 다소 줄어드는 반면 기관투자자들과 다수 소액주주의 영향력은 애초 예상보다 높게 평가될 것이란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작년과 마찬가지로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전쟁을 벌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반대로 경영권을 상실했다. 주주권 행사로 재벌 총수 자리에서 물러난 첫 사례였다. 국민연금(지분율 11.56%)만 아니라 외국인 주주(20.50%)를 포함한 소액주주 상당수가 연임안에 등을 돌린 것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사적으로 의결권을 모아왔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애초 ‘의결권 있는 주식 2000주 이상을 소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소유한 전 주주’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대한항공은 위임장 대리권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주총 결의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 확보를 내세워왔지만, 주총을 앞두고 한 주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 양상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일부 직원주주에게 적극적인 위임장 대리권유 작업을 하면서 ‘강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올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연합군을 형성한 KCGI는 이미 한진그룹으로부터 한진칼 주주명부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한진칼과 한진의 주주명부를 얻기 위해 난항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일찌감치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

전날 KCGI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에게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토론이 성사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주주제안 내용에 대한 정당성을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KCGI 측은 “가능한 일시를 오는 20일까지 답변해주길 바란다”며 “공개 토론이 성사되면 KCGI 측에서 강성부 대표와 신민석 부대표가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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