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1-31 12:54

수정 :
2020-01-31 13:30

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결국 없던 일로?

SPA 체결 시한 재차 연기 가능성 높아
경영권 인수, 12월서 1월로 한차례 미뤄
심각한 재무상태·돌발변수 장고 거듭 관측
일각선 최종價 낮추기 위한 의도적 행보 주장

그래픽=박혜수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예정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한을 2차례나 미룬데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인수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달 말까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51.17%(보통주 497만1000주)를 인수하는 SPA를 체결하기로 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양해각서를 맺고, 12월 말까지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크리스마스 연휴 등으로 예상보다 실사 작업 착수가 늦어지자, SPA 체결 시한을 1월 중으로 재수정했다. 하지만 1월 마지막날인 이날까지도 제주항공은 SPA 체결과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여전히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SPA 체결 연기 등 확정된 바는 없지만, 변동이 발생하면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이 또다시 SPA 체결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 투입해야 할 자금이 상당하고, 대내외적 돌발 리스크에 부담을 느껴 최종 인수를 놓고 ‘장고’한다는 의견이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여서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253억원, 자본잠식률은 47.9%으로 부분자본잠심 상태였다. 지난해는 시장 부진과 일본 여행 보이콧 장기화 등으로 큰 폭의 손실을 봤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최근 항공업계가 처한 상황으로 미뤄볼 때, 이스타항공 인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오는 3월부터 객실 승무원과 운항 승무원을 대상으로 최대 한 달 간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직원 복지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적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2분기부터 분기 적자를 내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축소됐다. 4분기 역시 400억원대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 연간 적자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발원지로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점도 악재다. 제주항공은 LCC 중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15%대로 가장 높다.

제주항공은 인천∼싼야, 인천∼난퉁, 인천∼하이커우, 부산∼장자제, 무안∼장자제, 무안∼싼야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12개의 중국 본토 노선 중 절반인 6개 노선의 운항을 잠정 멈춘 것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 보이콧 여파로 손실을 봤고, 복구 시점도 예측할 수 없어 우려가 크다. 제주항공 전체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의사는 확실하지만, 의도적으로 계약 체결을 늦추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전할 당시 이스타항공 등 경쟁 LCC들과 관련한 자료도 함께 검토한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경쟁 LCC로 이미 눈을 돌리고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찌감치 경쟁 LCC 인수 쪽으로 가닥을 두고 있던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인수는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주항공이 양해각서 체결 당시 매각가로 정한 약 695억원보다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주장이다. 이스타홀딩스 입장에서는 이스타항공을 품고 가는 것보단, 매각하는 쪽이 이득이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처분할 가능성이 짙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을 무리수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급격히 악화된 업황과 돌발 악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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