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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구우며 행복을 꿈꿔요”

“빵을 구우며 행복을 꿈꿔요”

등록 2020.01.28 15:57

권혜경

  기자

네팔이주여성 소니 구스미氏

“빵을 구우며 행복을 꿈꿔요” 기사의 사진

지난 10월 20일 정선 실내체육관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양성평등대회였다. 소니 구스미시 씨(39세)는 이 대회에서 모범 결혼이민자 상을 수상했다. 그의 고향은 인도와 네팔의 접경지대인 담거리.

2007년 네팔의 카트만두 여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소니 씨는 그곳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삼촌의 소개로 만난 한국인과 결혼해 정선으로 오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 산 지 올해로 11년째. 순탄하게만 살았을 리가 없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언어보다 힘들었던 점이 입맛이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늘 배가 고팠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는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타국의 낯선 음식이 오죽했으랴. 어려운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말 힘들었어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아파서 그 병수발에 익숙하지 않은 살림까지 해야 하니 매일 울었지요.”

어린 아들의 기저귀 값까지 시어머니에게 의지하고 살던 시절, 집마저 버스도 오지 않는 외딴곳이어서 읍내에 일터를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를 버티게 한 힘은 시어머니의 헌신이었다. 생활비를 부담해준 것 외에 육아까지 맡아준 데다 일을 다닐 수 있도록 자동차도 사주었다.

“시어머니 잔소리가 뭔지 몰랐어요. 어머니는 저를 예뻐하기만 하셨어요. 지난 5월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마지막까지 너무 큰 사랑을 주셨어요.”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가족에게 3년전, 드디어 희망의 빛이 비쳤다. 정선군 사회복지관 다문화 가족 센터에서 제빵제과 기술을 배우게 된 것이다. 제빵제과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이제 빵을 구우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아침 이곳에서 동료들과 빵을 굽고 과자를 만드는 일이 너무너무 행복해요. 동료들이 모두 친구인 셈이고 다들 가족 같아요.”

동료들은 4명.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다. 타국생활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서로 깊이 의지하고 있다. 그들이 함께 만든 빵과 과자는 복지관내 시설 이용자들의 간식이 된다.

그는 다문화 센터의 덕을 많이 누렸다. 제빵제과 기술만이 아니라 운전면허증도 센터를 통해 취득했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이곳에 나와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개별 인터뷰를 통해 적절한 지원방법을 찾아 주고 있어요. 지금 어렵게 지내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하루라도 빨리 다문화센터에 나오면 좋겠어요.”소니 구스미시 씨의 소망은 읍내에 아담한 빵집을 내는 일이다. 소망이 이루어져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남편과 더불어 빵 냄새처럼 고소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응원한다.

뉴스웨이 권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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