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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昇華) ㉙ 천사와 악마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 승화(昇華) ㉙ 천사와 악마

등록 2020.01.22 15:50

 승화(昇華) ㉙ 천사와 악마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명 한명이 선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 나비가 되듯이, 인간은 과거의 자신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마련한 고치에서 변신을 시도해야한다. 그 변신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개벽이다. 필자는 그 개벽을 ‘승화’라고 부르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모색하는 스물아홉 번째 글의 주제는 ‘천사와 악마’ 다


천사와 악마 ; 당신의 운명을 어느 쪽으로 재단할 것인가


내가 정신치리지 않으면, 나는 세상을 어제까지 알던 편견과 무식으로 볼 것이다. 아니면,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무아와 무심을 연습하여, 대상의 핵심을 가려낼 것이다. 인간은 과거에 축적된 세계관이란 렌즈로 주위를 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대상에 대한 가치를 나름대로 측정한다. 자신의 시선을 객관적이며 온전한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의심하지 않는 한, 그(녀)는 자신의 인식체계의 노예가 되어 대상을 마음대로 해석할 것이다.

우리는 쉽게 세상을 둘로 나눈다. 세상이 원래 둘로 구분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구분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쉽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투스가 말한 것처럼, ‘만물은 고정되지 않고 변한다’. 생로병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있음과 없음을 반복하며 변한다. 생물학적으로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는 동물들의 성을 제외하고, 삼라만상에는 그런 구분이 존재할 수가 없다. 그 대상을 이해하려는 사람의 위치와 시선에 따라 두 개로 구분할 뿐이다. 나-너, 우리-그들, 좌-우, 남-북, 동-서, 선-악, 천사-악마, 천국-지옥과 등과 같은 명칭 등이 그렇다. 서양은 오랫동안, 그리고 아직도 그렇게 함부로 세상을 나눈다. 특히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이상적인 세계와 오감으로 경험하는 현실 구분은 인간 삶에 많은 오해와 갈등을 초래해왔다.

예를 들어,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데아 세계에 불변하는 ‘책상’라는 개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시공간 안에서 다양한 색과 모양을 지닌 수많은 책상들이 존재한다. 화가들은 다시 이것을 이차원 화폭에 담는다. 인류는 오랫동안 철학과 종교라는 이름으로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책상은 완벽하고 오감으로 감지하는 책상을 불완전하고 부족하다고 평가해왔다. 이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구분은 지금까지 인간사유를 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의 생각을 혼탁하게 만들어왔다.

어떤 이들은 개념에만 존재하는 ‘사과’가 진짜이며,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과는 가짜라고 주장한다. 내 손에 들린 사과를 한입 베어 그 맛을 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먹는 사과도 맛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어디가 천국이고 어디가 지옥인가? 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인가? 어떤 사람에겐 동쪽이지만, 그 사람보다 더 동쪽에 있는 사람에겐 서쪽일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가 어떤 사람에게 선이지만, 그와는 다른 생각과 교육을 받는 사람에겐 악이다. 사회주의가 원래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그 용어를 사용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동일한 개념이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시절 악마이자 천사인 사람을 만났다. 태권도 사범이다. 나는 동네 시장 상가 2층에 있는 태권도장에 일주일에 3번 다녔다. 사범은 나에게 두 가지를 요구하였다. 월, 수, 금 오후 5시, 수련시간에 늦지 않기. 그리고 흰 도복과 흰 띠를 규정에 맞추어 입고 서 있기다. 나는 빠지지 않았다. 검은 띠를 취득하기 위해서, 누구나 하얀 띠, 노란 띠, 파란 띠, 빨간 띠에 필요한 수련과정을 거쳐야한다. 만일 내가 늦거나 도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나는 친구들 앞에서 양 팔을 들고 벌을 받아야했다. 그는 나에게 나의 실수를 지적하는 악마이자 동시에 나를 수련시키는 천사였다.

동네 도장에서 태권도 수련을 무사히 마치면, 검은 띠를 따기 위해서 특별한 장소로 간다. 그곳엔 더 무시무시한 사범이 기다린다. 국기원이다. 그 사범은 내가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기본동작, 발차기, 품세를 측정하고 다른 수련자와의 겨루는 모습을 통해 내 실력을 검점한다. 그의 눈은 날카롭다. 승단 수련생의 모든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한다. 수련생의 움직임은 단호하고 강력해야한다. 사범은 쓸데없는 동작을 가려내, 내가 과연 검은 띠를 취득할 수 있는지 판단할 것이다. 그는 나의 결점을 잡아내는 악마이기도하고, 나에게 검을 띠를 부여해줄 천사이기도하다.

고대 그리스어 ‘다이몬’daemon이란 단어는 ‘신비롭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악마’이면서 동시에 ‘천사’이기 때문이다. 악마와 천사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이지만, 다이몬이 모두 품고 있다. ‘다이몬’은 악마와 천사의 경계위에서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다이몬’은 언뜻 보기에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다음과 같은 의미들을 모두 품고 있다. 다이몬은 ‘신’ ‘천사’ ‘악마’ ‘힘’ ‘천재성’ 그리고 ‘운명’. ‘악마’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디몬’demon이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이 다양한 의미들이 어떻게 한 단어 안에서 만들어졌을까? ‘다이몬’은 신적인 존재로, 자신을 수련하여 신적인 삶을 살려는 자를 심판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다.

‘다이몬’은 수련자가 스스로 완벽한 자가 되도록 수련시키는 ‘도움이’다. 다이몬은 인간에게 혹독한 심판을 통해, 인간 각자가 지닌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도록 돕는다. 개개인이 지닌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이 ‘천재성’이다. 천재는 자신이 즐거워하고 몰입하는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은 자다. 자신만의 구별된 한 가지를 매일 매일 완벽하게 갈고 닦는 사람이다. 천재는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더 나은 자신을 상상하고 그 숭고한 자신과 경쟁하는 자다. ‘다이몬’은 나를 억세게 밀어붙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길 요구하다. 그리스어 ‘다이몬’은 인도-유럽어 어근 ‘데’(*deh₂-)와 명사형 어미 -mn-의 합성어다. ‘데’의 근본적인 의미는 ‘삼라만상의 원칙에 맞게 인간의 운명을 배치하다’다. ‘다이몬’은 나의 운명을 재단하여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사범이다. 2020년에 내가 맞이할 여러 일들은 나의 개성을 드러낼 도움이들이다. 나는 앞으로 맞추질 사람들과 사건들을 악마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천사로 만들 것인가?

<시소놀이>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 (1746–1828) 유화, 179,  82.4cm x  163.2cm 필라델피아 미술관<시소놀이>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 (1746–1828) 유화, 179, 82.4cm x 163.2cm 필라델피아 미술관

<필자 소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하였다. 인류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 다리우스대왕은 이란 비시툰 산 절벽에 삼중 쐐기문자 비문을 남겼다. 이 비문에 관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인류가 남긴 최선인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서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성서는 인류의 찬란한 경전이자 고전으로, 공감과 연민을 찬양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믿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민하려는 생활방식이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빅히스토리 견지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적하였다. 이 책은 빅뱅에서 기원전 8500년, 농업의 발견 전까지를 다루었고, 인간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혹은 기술과학 혁명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정의했다. <심연>과 <수련>은 위대한 개인에 관한 책이다. 7년 전에 산과 강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여 묵상, 조깅, 경전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북에 ‘매일묵상’ 글을 지난 1월부터 매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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