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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등록 :
2020-01-08 09:32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승화(昇華) ㉗ 자기문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명 한명이 선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 나비가 되듯이, 인간은 과거의 자신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마련한 고치에서 변신을 시도해야한다. 그 변신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개벽이다. 필자는 그 개벽을 ‘승화’라고 부르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모색하는 스물일곱 번째 글의 주제는 ‘자기문화’다

자기문화(自己文化) ; 자신에게 주어진 땅을 개간하여 자기-자신이라는 씨앗을 심다

나는 지난 토요일(1월4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한 이름 모를 산을 올랐다. 새해맞이 등산이다. 화전민들이 개간하던 논밭이 곳곳에서 보였다. 나는 미끈한 낙엽과 얼어붙은 땅으로부터 몸을 지탱하기 위해 막대기를 들었다. 가시덤불과 마른가지들을 이리저리 헤치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고니의 가죽과 거기에 붙은 뒷다리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사체를 보았다. 이곳은 야생동물의 터전인데, 내가 잠시 불법 침입했다. 족히 20m 정도 되는 전나무, 잣나무, 밤나무, 그리고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신비한 공간이다.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가파른 언덕에서 겨울바람을 머금고 신비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바람소리, 새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소리였다. 침묵으로 뒤덮인 소리라, 내가 고요해야만 들리는 소리다. 미세한 물소리였다. 내가 정상근처에서 발견한 것은 샘물이 아니라 60m나 되는 호수였다. 홍천강과 모곡유원지의 물은 호수를 머금은 겸손한 산이 조용히 흘려보낸 선물이다. 호수가 위에는 1980년대까지 이곳에 터전을 잡은 화전민들이 자신이 거주했던 삶의 흔적을 남겼다. 아마도 이 천혜의 땅, 숲속에서 논밭을 가꾸고 야생 식물들을 먹고 호수를 바라보며 삶을 노래했을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는 원시림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넘어선 장소에 들어서면, 주체할 수 없는 반응을 한다. 그것은 놀람으로 구성된 침묵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다. 산 정상이 저기 보여, 다시 등반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계곡으로 흘러내려가는 또 다른 샘물의 원천源泉을 찾기로 했다. 이 겨울 산의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저 대지의 깊은 곳에서 용솟음쳐 올라오는 샘물을 보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파른 언덕에 움푹 파인 곳을 발견하였다. 정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샘물이 졸졸 흘러나오는 구멍에 손을 대고 물을 웅크린 손바닥에 모았다. 물은 차지 않고 미지근했다. 알 수 없는 이 산의 심연에서 뿜어 올린 용암수임이 틀림없다.

이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샘물은, 이 야산이 생성된 순간부터 그렇게,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샘물은 흘러내리고 뿜어내야한다. 샘물은 다른 곳이 아니라 저 땅 밑으로부터 하나로 연결되어 길을 따라 뿜어 올린 물을 자연스럽고 겸허하게 흘려보낸다. <어디에서 살았고 왜 사는지>라는 에세이에 등장하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인 문장이 생각났다.

“저는 숲으로 갑니다. 정교하게 의도적으로 인생을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것과 마주하고 씨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저는 가르쳐야만 하는 것을 익혔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제가 죽을 때, ‘내가 잘못 살았구나’라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삶이 아닌 것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만큼 하루하루의 삶은 소중합니다.
저는 운명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체념을 연습하며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인생을 심오하게 살고 싶습니다. 인생의 모든 골수만을 빼먹고 싶습니다.
그런 삶은 이런 것입니다. 인생을 불굴의 의지를 지니고 스파르타군인처럼 사는 것입니다.
살만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단호하게 제거합니다.
인생의 잡초들을 폭넓게 제거할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제거합니다.
인생을 구석으로 몰아 가장 근본적으로 압축시키는 것입니다.”


인생의 목표는 정교하게 의도적으로, 한마디로 ‘잘’ 사는 것이다. ‘잘’이란 부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최적의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단순히 육체덩어리가 아니다. 이 육체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자아와 일치시키지 못하면, 나는 실로부터 나가떨어진 저 하늘의 연과 같다. 인간은 육체의 충동과 욕망의 노예 이상이다. 잘 산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임무를 발견하고, 그 임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정교한 노력을 연습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을,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단순히 생존, 견딤, 그리고 자극 이상의 것이다. 자신의 육체와 어울리는 정신과 영혼을 도야陶冶하지 못한다면, 그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짐승으로 죽는, 직무유기의 인간으로 전락한다. 온전한 자기-자신이 되는 것이 인격의 완성이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소중한 자신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인생의 목표를 그리스어로 ‘유다이모니아’eudaimonia로 표현하였다. 영어로는 happiness, 우리말로는 행복幸福이라고 잘못 번역되었다. 영어에서는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아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그것이란 의미로 ‘우연’이란 의미를 지닌 ‘해프닝’happening에서 happiness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행복이란 한자로 중국과 일본에서 서양의 ‘유다이모니아’를 ‘우연한 행운’이란 의미의 ‘행복’으로 번역하였다. ‘유다이모니아’는 자신의 정신이 깃든 정신적이며 영적인 씨앗으로부터 아름답고 독창적인 꽃을 피우는 과정인 ‘자기문화自己文化’다. 야산의 샘물처럼, 추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묵묵히 봄을 기다리는 전나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땅을 개간하여 그곳에 자기-자신이라는 소중한 씨앗을 심는 거룩한 행위다.

‘문화’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컬쳐’culture는 라틴어에서 ‘개간하다; 씨를 뿌리다; 싹을 틔워 줄기, 잎, 가지, 꽃, 그리고 열매를 맺어 향기를 내다’라는 의미다. 자신에게 주어진 토양이 뿌리를 박고, 그 토양으로부터 자양분을 얻는 자족이다. 겨울이 오면 가만히 봄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씨앗의 특징은 성실, 진실, 단순, 믿음, 순수 그리고 겸손이다. 한마디로 자족하는 숭고한 자기문화다. 이 야산의 정상에 올라 경사면에 침묵하여 자족하고 있는 나무들을 뒤돌아보았다. 모두들 자유자재로 제멋대로 생긴 대로 품위品位를 지키며 순간을 즐기고 있다. 옆에 있는 나무를 쳐다보지도 부러워하지도 시기하지도 않는다. ‘나는 나다’란 말조차 구차한 자연 그 자체다. 나무들은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하루라는 인생을 자족하며 살고 있습니까?” 올해는 인생의 정수精髓를 찾아 그것만을 살고 싶다.

<풍경>미국 풍경화가 엘리엇 데인저필드 (1859–1932) 유화, 1918, 76.2 cm x 92 cm 클리브랜드 미술관


<필자 소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하였다. 인류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 다리우스대왕은 이란 비시툰 산 절벽에 삼중 쐐기문자 비문을 남겼다. 이 비문에 관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인류가 남긴 최선인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서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성서는 인류의 찬란한 경전이자 고전으로, 공감과 연민을 찬양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믿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민하려는 생활방식이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빅히스토리 견지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적하였다. 이 책은 빅뱅에서 기원전 8500년, 농업의 발견 전까지를 다루었고, 인간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혹은 기술과학 혁명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정의했다. <심연>과 <수련>은 위대한 개인에 관한 책이다. 7년 전에 산과 강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여 묵상, 조깅, 경전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북에 ‘매일묵상’ 글을 지난 1월부터 매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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