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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온고지신 리더십]공자가 이 난국에 리더십 멘토링을 한다면

얼마 전 모 정당에서 주최하는 리더십 워크숍에 강의를 다녀왔다. 리더의 용인술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였다. 발표 후 토론 과정에서 “공자가 만일 이 상황에 나타난다면 어떤 멘토링을 하겠는가”란 질문이 나왔다. 한번 상상을 해서라도 답변을 부탁한다는 질문이었다. 상상을 할 필요도 없었다. 바로 <논어>에 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자가 놓을 ‘신의 한수’ 아니 ‘공자의 한수’는 용어통일이다. 공자는 위태로운 시대일수록 용어통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름 하여 정명론이다.

알고 보면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나, 지금이나 난국인 점은 마찬가지였다. 얽히고설킨 매듭도 많고, 엉킨 문제 실타래도 많았다. 이중에서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정명, 문자 그대로 이름 바로잡기다. 이는 세 가지 층위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언어의 의미를 같이 쓰고 있는가를 대차 대조해 명실상부한 공용어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역할과 책임의 명분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름에 걸 맞는 각 주체의 역할과 행위가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갈등은 감정 갈등 같지만 그 밑에는 역할 갈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목적과 가치를 바르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이 셋은 사실 하나로 통한다. 한 방향을 바라보려면 같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기업이나, 정치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전혀 다른 나라 말을 하고 있다. 소통을 한다면서 자기 나라 말을 더 유창하게 할 뿐, 상대나라 말을 배우려고도, 의미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선 상대가 내 의도를 곡해했다고 가슴을 친다.

같은 나라 말을 한다고 같은 의미로 쓰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한국말을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쓰여서 혼선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언어자체보다 문화를 서로 알 때 더 잘 통하는 경우도 많다. 서로 간 문화와 생각을 모르면 언어를 아는 것이 별로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 거꾸로 말해 언어정의를 제대로 하고, 새롭게 통일해야 소통이 되고 한 방향 정렬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명철한 리더는 이 ‘언어사전’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자기혼자 떠들었는데 상대는 엉뚱하게 알아듣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언어정의에 대한 확인부터 하고 명실상부하도록 개념통일작업부터 해야 한다. 오죽하면 00하고 이름붙일 때, 그것은 자신들이 가장 부족한 것을 내세우는 것이란 농담이 있겠는가. 가령 참여정부 시절 참여가 가장 부족하고 창조경제를 내세울 때 가장 창조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아는 리더는 위대한 공약의 기치를 내 걸기에 앞서 내부의 한 방향 정렬을 먼저 한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가, 우선순위의 톱3는 일치하는가, 우리가 하는 말은 정체성에 부합하는가. 위에서부터 일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대차대조하며 조율하고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명은 화려한 장밋빛 공약이나 누구나 다 아는 도덕적 이야기를 포장해 내놓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서 힘을 얻는다.

정계나 기업경영 모두에 적용되는 말이다. 가령 포용과 쇄신을 이야기하지만 말하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르고 상대가 의문을 표한다면 그것은 정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또 기업들 사이에 유행처럼 불고 있는 행복경영 바람도 그렇다. 모두들 ‘내부직원인 직원 행복’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행복에 대한 용어정의가 정렬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행복해야 한다”고 제각기 이야기하는데 최고경영자, 중간관리자, 현장 직원이 각각 의미하는 행복이 다를 경우, 심지어는 상충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언어통일 작업, 그리고 정체성과 부합되는 명실상부 체크, 또 그것을 실행하는 스토리 공유가 이어져야 한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배달음식의 정의를 새롭게 내림으로써 업의 의미를 분명히 할 수 있었다. 배달음식하면 퍼뜩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가. 신문지 한 장 달랑 깔고 싸구려 음식으로 때우는 불쌍한 모습이 연상되는 게 보통이다. 그에 대해 역발상을 하는 것부터 시도했다. 온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집에서 시켜먹는 음식, 이렇게 배달음식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함으로써 배달의 민족은 고객 스펙트럼을 한결 확장할 수 있었다.

이는 꼭 스타트업 CEO의 기민한 시대정신만은 아니다. 삼성이 신경영을 1993년 새로 시작할 때 먼저 한 것은 삼성용어집 발간이었다. 신경영을 전사적으로 펼치기 전에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경영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했고 여러 사례와 은유법을 들어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했다.

한 주식 애널리스트가 한 이야기가 있다. “향후 어느 회사의 주가가 오를지 안 오를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회사의 의미공유를 전사적으로 같이 하느냐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다”이다. 그 기업에서 강조하는 핵심키워드의 의미에 관해 경영자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각자 써보게 했을 때 얼마나 일치하느냐 살펴보면 된다는 이야기다. 멋진 단어를 내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치된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공자가 난국을 타개할 우선순위 급선무로서 정명(正名)을 시급하고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상동몽조직은 같은 의미를 공유하니 재해석의 여지없이 일치되게 빠른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명분과 실정이 서로 들어맞으니,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명백하다. 기강과 규율이 선 질서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상대와 소통할 때 협곡이 존재하는 것은 통일되고 공유된 명분과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공자가 이 시대에 나타나 제시할 ‘신의 한수’, 알고 보면 쉽다. 지금 당신의 조직, 가정은 같은 말, 같은 의미,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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