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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가전신화’ 이끈 조성진···회장 만류에도 끝내 용퇴

‘LG 가전신화’ 이끈 조성진···회장 만류에도 끝내 용퇴

등록 2019.11.28 17:43

수정 2019.11.28 18:25

이지숙

  기자

미래위한 세대교체 스스로 선택···권봉석 사장에 자리 넘겨40년간 ‘세탁기 장인’ ‘가전 신화’ ‘고졸 신화’ 등 별명 다양트윈워시·스타일러·의류 건조기 등 조 부회장 손에서 탄생

‘LG 가전신화’ 이끈 조성진···회장 만류에도 끝내 용퇴 기사의 사진

LG전자 사령탑을 맡아온 조성진 부회장이 4년간의 임기를 끝으로 연말인사에서 용퇴를 선택했다.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를 이끌던 한상범 부회장이 지난 9월 물러난 뒤 가전부문의 상징적인 인물인 조 부회장까지 퇴임 행렬에 합류했다.

◇구광모 사퇴 반려에도 ‘세대교체’ 강조하며 퇴장 = 구광모 회장은 조 부회장의 거취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LG그룹이 연말 임원 인사에서 주요 인사의 유임을 예상하는 등 변화 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 조 부회장의 대표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로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에 구 회장도 조 부회장의 사의를 초반에는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미래를 위한 변화에 동의했다.

조 부회장은 지금이 세대교체 적기라고 판단하고 퇴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관련 지식이 풍부한 후배가 수장은 맡는 것이 LG전자의 도약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라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조 부회장은 가전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며 LG전자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으나 한계도 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MC사업부의 부진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LG전자가 신규 먹거리로 낙점한 소프트웨어 등에 전문성이 약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 만큼 미래를 위해 바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세탁기 장인’ 43년간 LG가전 상징적인 인물 = 40년을 넘게 ‘LG맨’으로 근무한 조 부회장은 다양한 성과를 올리며 LG가전의 상징적인 인물로 활약했다.

조 부회장은 ‘고졸 신화’, ‘Mr 세탁기’, ‘세탁기 장인’, ‘가전 신화’ 등 수많은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1956년 충남 대전 출신의 조 부회장은 가업인 도자기 제조업을 맡지 않고 용산공고 기계과 졸업 후 1976년 금성사 전기설계실에 입사했다. 금성사는 LG전자의 전신이다.

당시 세탁기를 설계하던 전기설계실 입사를 계기로 그는 ‘세탁기 외길 인생’을 걸었다. 당시 보급률이 0.1%도 되지 않았던 세탁기를 맡은 그는 입사 후 10여년간 일본을 150번 이상 방문하며 어깨 넘어로 기술을 배웠다.

이 같은 노력으로 조 부회장은 1996년 통돌이 세탁기를 탄생시켰고 1998년에는 세계 최초로 세탁시 소음이나 진동을 줄여주는 DD(Direct Drive) 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발표하며 도움을 받던 일본 기술을 앞서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그는 2005년 세계 최초 스팀세탁기, 2009년 세계 최초 손빨래 구현 6모션 세탁기, 2012년 세계 최초 터보워시 적용 세탁기 개발에 앞장섰다.

LG전자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한 ‘트윈워시’도 조 부회장의 작품이다. 트윈워시는 통돌이와 드럼 세탁기를 결합한 제품으로 8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2015년 출시돼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며 LG전자를 글로벌 브랜드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세탁기 외에도 조 부회장은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등의 개발을 주도해 LG전자의 신가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공을 세웠다.

조 부회장은 화력한 이력을 바탕으로 2013년 첫 사장에 올랐으며 2016년에는 부회장으로 CEO 자리에 오르며 LG그룹 최초의 고졸 출신 CEO로 ‘고졸 신화’를 쓰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은퇴 소회를 밝히며 “우리나라가 기술속국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연구개발에 몰두했던 때가 이젠 마음 속 추억으로 아련히 남는다”며 “안정된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길 수 있게 돼 다행이지만 더 튼튼하고 안정된 회사, 미래가 좀 더 담보된 회사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새 CEO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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