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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기자
등록 :
2019-10-23 11:09

수정 :
2019-10-23 11:18

[르포] 한남3 불법·탈법 논란에 조합원 “업체 제안 팩트체크팀 가동 계획 ”

특별점검 이슈 후 건설사들 특별한 추가 메시지 없어
조합 집행부는 “입장 없다”…사업 피해 우려로 몸 사려
조합원 1200명 단체 카톡방 개설 집행부에 의견 전달
과열된 홍보전으로 인한 조합원 분담금 증가 우려도

22일 오후 한남3구역 재개발 일대 전경. 사진=이수정 기자

최근 부동산 정비사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원들은 떠들썩한 외부상황과는 반대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과열 수주전 특별점검 보도 이후 건설사들의 추가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건설사들의 과잉 수주전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동시에, 조합 집행부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불법 요소를 거를 수 있는 ‘팩트체크팀’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 측 특별한 움직임 없어…조합도 몸 사리는 중”

22일 방문한 서울 용산시 한남3구역 재개발 일대는 입찰 제안서를 받기 전과 같이 조용했다. 다만 인근 지하철 역에 대문짝만한 건설사 광고들이 이 곳이 치열한 수주전 현장임을 가늠케 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국토부 불법 수주전 이슈와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찾은 조합 사무실은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면서 “요즘 기사가 너무 많이 나와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을 아꼈다.

한남3구역 주변 A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의 특별점검 기사가 난 뒤 아직 입찰한 건설사 측이 추가로 전한 메시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합도 ‘일단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시행인가가 나기까지 15년이 넘게 걸린 사업지인 만큼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라도 부정적인 이슈가 커지지 않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특별점검을 하기로 했다. 공사 예정 가격만 1조8800억원, 총사업비 7조원에 달하는 큰 규모와 한남뉴타운 첫 시공사라는 상징성을 쟁취하기 위한 수주 과잉 현상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는 건설사들이 제안한 사업 계획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GS건설의 3.3㎡당 7200만원에 일반분양을 하겠다는 공약과 대림산업의 임대아파트 제로(0)가 물망에 올랐다. 또한 국토부는 각 건설사의 이주비 지원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제시한 가구당 최저 이주비 5억원 보장과 조합 사업비 전액 무이자 지원도 불법 소지가 있는지 점검한다.

22일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으로 가는 서울 지하철 한남역 역사에는 대형 건설사 광고가 붙어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실제 도정법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시행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공사비의 2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국토부는 GS건설의 일반분양가 보장 공약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림산업의 임대아파트(0)는 재개발 단지가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아파트를 SH에 파는 대신 대림 AMC를 통해 대신 매입하겠다는 공약이다.

지난 2008년 상임위법이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주택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건설된 임대주택을 인수할 수 있게 바뀌면서, 조합이 임대공공주택을 팔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서울시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고 아직 서울에서 관련 사례는 없다. 임대주택 의무기간인 4~8년을 채운 뒤 일반분양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조건도 붙는다.

건설사들은 점검에 성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GS건설 측은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시 인허가청 승인받을 경우에 해당되는 사항”이라며 “관처의 점검과 추가 지침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문제가 된 ‘임대아파트(0)’ 공약은 현재 법적으로 실현 가능한 제안”이라며 “지방에는 이런 사례가 다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합과 별개로 자체 팩트체크팀 준비…특혜는 바라지도 않아”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한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과 별개로 자체적인 대책을 꾸리고 있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의 과도한 수주전은 그들의 이야기고, 조합원들은 실현 가능한 제안서를 채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조합원들에게 입찰제안서가 공개되면 건설사들의 무리한 공약(空約)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꾸리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오래 끌고 왔던 사업이니만큼 조합원들도 관련 지식을 많이 알고 있으며, 서울시나 국토부가 요구하는 법적인 요건에 맞출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했다.

22일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 일대 전경. 사진=이수정 기자


한남3구역 조합원 A씨는 “대형 자동차 업체가 대량 주문한다고 해서 콘셉트카를 만들진 않는다”는 말에 비유해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조합원들은 대형 건설사가 특별히 더 좋은 집을 지어주는 데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입찰제안서가 공개되면 불법적 요소를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체 ‘팩트체크팀’도 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남3구역 조합원들은 지난 한남3구역 단독 수주 이슈가 있을 당시 약 1200명이 모인 단체 카톡방을 개설했고, 자체적인 의견 모아 조합 집행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약 500~600명이 활발한 의사교환을 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은 이슈에 대체로 차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합원은 “아직 구성 단계이지만 팩트체크팀은 건설사들이 제안한 요건과 도정법을 비교해 따라 붙은 조건 및 현실화 가능한 제안에 대한 점검 과정을 수행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과거 여타 정비사업 사례처럼 말 뿐인 제안에 현혹돼 표를 던지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건설사들의 무리한 홍보비용이 분담금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남3구역 조합원 B씨는 “살면서 한남3구역 홍보 브로슈어만큼 돈을 많이 들인 책자는 못 봤다”며 “시공사 선정 시 홍보비용도 결국 조합원 분담금에서 나가는 건데 이런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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