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 “세계 평화를 바라고 헌법 준수하겠다”

나루히토 일왕 “세계 평화를 바라고 헌법 준수하겠다” 사진=KBS화면 캡처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22일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며 평화와 헌법준수를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고쿄(皇居)의 규덴(宮殿)에서 “자신이 일본 헌법과 '황실전범'(皇室典範)특례법 등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며 “즉위를 내외에 선명(宣明, 선언해 밝힘)한다”고 말했다.

이날 즉위식에는 아베 총리를 비롯해 이낙연 총리 등 약 180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즉위는 올해 5월 1일 이뤄졌으나 이를 일본 안팎에 알리는 의식을 따로 연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국민의 예지(叡智, 진리를 포착하는 고도의 인식 능력)와 해이해지지 않은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상왕에 대해 “일왕으로 30년 이상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시며, 어떠한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그런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최상위 법인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의미지만 일본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극명한 대비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왕은 헌법상 정치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개헌에 대한 찬반 표명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상징적 권위를 지닌 일왕이 헌법을 따르겠다는 당연한 발언을 한 것도 새삼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