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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9-10-21 15:56

개도국 지위 내놓으면 실질적 불이익은?

WTO 개도국 지위 결정 시한 23일
미국측과 이번주 비공식 접촉 예정
“지위 포기해도 실질적 혜택 유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뉴스웨이 DB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해 최종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식 논의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기로 사실상 결정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취재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스티브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서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주에 미국 측과 접촉하는 것으로 안다”며 “비공식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서는 부처간 협의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논의 초창기 부처간 이견이 있어 제가 주재하는 회의도 4~5번이 있었다”며 “최종 결정은 대경장에서 이뤄질 것이고 검토 내용에는 (농민 지원 등) 여러 대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이르면 이달 25일 개최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일부 국가를 겨냥해 ‘부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지위를 손볼 것을 요구했다.

특히 WTO가 90일 이내(이달 23일)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 특혜를 누리는 부당한 국가로 한국을 포함한 중국, 멕시코, 터키 등도 함께 거론했다. 만약 해당 국가들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독자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할 4가지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국가 △세계 상품무역 비중 0.5% 이상 등을 제시했다. 이 네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의 WTO 개도국 지위는 1995년 WTO 출범 당시 시작됐다. 한국은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 농업기반시설 낙후, 농가소득 저하 등을 이유로 농업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택했다.

WTO 개도국은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국내 생산품에 보조금도 지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회원국들이 합의한 관세 인하 폭과 시기 조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 받는다.

정부가 논의 개시 한 달 만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를 결정하게 된 것은 대미(對美) 관계와 관련한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다른 현안에서 우호적인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돌입한 데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를 대상으로 무역확장법에 따른 수입 제한 및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미국은 자동차 수입 제한 등을 다음달 13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농업 부문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 6개 농민단체는 21일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수입농산물 관세를 낮춰야 하고 정책 보조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의 트윗 하나에 통상 주권을 팽개친 정부라는 비판을 듣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농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도국 포기와 상관없이 쌀 등 일부 농산품에는 예외적인 보호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수입 쌀에 대한 513% 관세도 유지할 방침이다. 보조금 역시 WTO에서 허용하는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 등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실질적인 혜택에는 상당기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농업분야를 포함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과 농업보조금총액 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WTO DDA 협상은 회원국 별 입장 차로 10여년 넘게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WTO 농업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해도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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