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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등록 :
2019-10-21 10:15

수정 :
2019-10-21 17:38

이해욱式 지배구조, 가지 않은 길 3選

순혈주의 깨고 각자 대표도 모두 외부출신
그룹 지배력 자신감…행동주의펀드에도 여유
처가 LG출신 중용…남용 등 이사회 절반 차지

건설맨 없는 이사회부터 행동주의 펀드와의 동행까지.

대림家 3세인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의 독특한 지배구조 스타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입사 2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9년, 5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회장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무엇보다 대림산업의 무한경쟁력을 강조하며 지난 1월 그룹 총수에 취임한 이후 그가 선대회장때부터 최근까지도 보여지지 않았던 지배구조 실험으로 경영 방식은 물론 사업 패러다임까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본지는 재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해욱 회장만의 독특한 지배구조 패턴을 짚어봤다.

①건설사 이사회에 건설맨이 없다…종합 디벨로퍼 도약

대림산업은 상반기 기준 2015년부터 5년간 건설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이 83.4%에 달하는 건설기업이다. 그럼에도 이해욱 회장은 순혈주의를 깨고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 등 이사회에 자사 건설맨을 모두 솎아냈다.

대림산업 사내이사에 주택본부장, 토목사업본부장, 플랜트사업본부장 등 건설 전문가가 한명도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해욱 회장이 이끄는 대림산업은 최근 임기가 1년이 넘게 남은 박상신 건설사업부 대표이사 부사장 대신 LG그룹 출신으로 대림산업 경영지원본부장직을 맡아온 배원복씨를 새 대표이사에 올렸다.

디벨로퍼는 프로젝트의 발굴부터 기획·금융·조달·건설·판매·관리·운영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대림산업이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본부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것.

이 때문에 실무를 담당하는 각 본부장보다 회사 전체 경영을 바라보는 경영지원본부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것이 디벨로퍼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고 이해욱 회장이 판단했다는 의미다.

배 대표는 LG전자 출신으로 핸드폰사업을 하는 MC사업본부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LG전자 오디오사업부, 경영혁신팀을 거쳤다. 2001년 MC사업본부 상무가 된 후 디자인경영센터장, 마케팅센터장을 역임했다. 2017년 영업그룹 그룹장(부사장)을 마지막으로 30년이 넘는 LG 생활을 청산했다.

LG에서 근무할 당시 상품 기획과 디자인, 전략사업개발 등 ‘기획통’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대림그룹에는 지난해 3월 영입됐다. 대림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림오토바이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약 1년4개월이 지난 올해 7월 대림산업으로 적을 옮기면서 그룹의 핵심에 진입했다. 배 대표가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등극하고 박상신 대표가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대림산업에는 건설맨 이사가 모두 사리지게 됐다.

석유화학 부문은 이미 지난해부터 BNP파리바, 소프트뱅크코리아 부사장, SK텔레콤 상무 등을 거쳐 2012년 영입한 김상우 대표가 부회장 직함을 갖고 사업을 이끌고 있다. 역시 외부출신 CEO다.

대림산업은 전통적으로 건설사업본부와 유화사업본부로 나뉘어 운영되는데 모두 건설출신이 아닌 외부출신 전문경영인이 사업을 도맡게 된 것이다. 대림산업에는 현재 이해욱 회장, 남용 건설사업부 고문 겸 이사회 의장, 배원복 대표, 김상우 대표 등 4명이 사내이사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②강성부 펀드(KICG)와의 동행…대림코퍼 매수 기회 사실상 포기

국내 대표적인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

이해욱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이라는 그룹 지주회사 내에서 한진칼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유명세를 탄 이들 펀드와 맞닿드렸지만 별다른 동요가 없는 분위기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통일과나눔재단은 최근 대림코퍼레이션 보유 지분 32.6% 전량을 KCGI에 매각했다. 재계에서는 매각대금이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회장의 아버지인 이준용 명예회장이 2015년 통일과 나눔 재단에 기부한 비상장 대림코퍼레이션 주식(32.6%)이 증여세금 세금 문제에 엮인 틈을 타 쓸어 담은 것.

이로써 KCGI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보유한 이해욱 회장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들이 우군일지 아군일지 모르는 묘한 상황. 그러나 업계에선 한진칼의 상황처럼 경영권 분쟁이나 주총대결 등 극단적인 대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한 상황으로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는데다 대림코퍼레이션이 비상장으로 추가 지분 확대도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KCGI를 투자 파트너로 삼는다면 그룹 지배구조 강화와 사업 구조조정까지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 회장은측 KCGI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사들이기 이전 매입 제안을 받았지만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우호적인 2대주주 등 이런 악재가 나올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겠지만 추가 지분인수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③처가 LG家 사랑…남용 윤준원 허인구 등 기용

LG그룹 출신 임원들의 입지는 더 견고해지고 있다.

현재 대림산업 이사회에는 LG그룹 출신이 이미 대거 자리 잡고 있다. 전 LG전자 부회장인 남용 고문이 이사회 의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배원복 대표를 추천한 것도 그다. 남 고문은 또 허인구 전 LG전자 가정용에어컨(RAC)사업부장도 대림자동차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허인구 전 RCA사업부장은 사내이사가 된 지 약 한 달 만에 대표로 올라섰다.

배 대표 취임 이후 대림오토바이 후임 대표도 LG 출신인 윤준원 대표가 맡았다. 윤 대표는 1986년 LG증권에 입사한 이후 LG그룹 회장실과 LG유플러스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또 지난해 5월부터 대림산업에 근무하고 있는 이기선 CPO(최고인사책임자·실장)도 LG전자 출신이다.

대림家의 'LG 사랑'은 오너 일가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해욱 회장의 부인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이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조카사위이며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과는 처사촌 사이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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