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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코오롱, 11년 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SKC-코오롱, 11년 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등록 2019.09.06 12:31

이세정

  기자

SKC코오롱PI 매각···예비입찰 5~6곳 몰려후발주자끼리 만든 합작사···세계 1위 성장폴더블폰 소재인 투명 PI필름으로 역량 집중 아직 시장 초기···치열한 주도권 경쟁 불가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SKC와 코오롱이 11년간의 특별한 동거를 끝내고 각자도생에 나선다. 글로벌 폴리이미드(PI)필름 시장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뭉친 두 회사지만, 이제는 투명 PI필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와 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늦게 SKC코오롱PI의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매각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고, 예비입찰에서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 등 5~6곳의 사모펀드(PEF)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이르면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 중에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SKC코오롱PI는 SKC와 코오롱이 지난 2008년 4월 각 사의 PI필름 사업부를 떼내 50대 50 지분율로 합작 설립한 회사다. 국내 대표 전자소재기업이 협력한 첫 사례로, 당시 경쟁구도를 그리던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SKC와 코오롱은 각각 2005년 PI필름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세계 PI필름 시장은 두폰-도레이, 가네카, 우베 등 미국과 일본 회사가 점유율 70%를 장악한 상황이었다. 후발주자인 SKC와 코오롱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고 기술력 부족, 약한 마케팅력 등으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합작사 출범 당시 사명은 ‘글로엠’이었지만, 주요 생산 품목에 대한 이미지 연상이 힘들다는 이유로 2개월 뒤 ‘SKC코오롱PI’로 변경됐다. 이듬해 코오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코오롱에서 영위하던 사업은 모두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넘어갔다. 이때 SKC코오롱PI의 소속도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산업과 2차전지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SKC코오롱PI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2014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양 사의 지분은 각각 27.03%, 총 54.06%로 줄었다.

설립 당시 세계 3위 규모이던 SKC코오롱PI는 현재 글로벌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로 성장했다. SKC코오롱PI의 주력 사업은 갈색을 띤 유색 PI필름으로, 디스플레이와 연성회로기판(FPCB), 방열시트 등에 사용된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실적이 다소 부진하지만, 향후 성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SKC코오롱PI의 기업가치를 1조3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SKC와 코오롱이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7000억원대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 사는 3500억원씩 챙길 수 있다.

SKC와 코오롱이 유색 PI필름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폴더블폰 소재인 투명 PI필름이 유색 PI필름을 대체하는 시장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폴더블 폰, 노트북, TV 등에 채택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 3억4400만대에서 2023년 5억6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투명 PI필름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번 매각전이 끝나면 지분 관계가 얽히지 않은 완벽한 경쟁사로 돌아가게 되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6년 국내 최초로 투명 PI 필름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경북 구미공장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투명 PI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SKC는 투명 PI 특허를 출원 중이고, 충북 진천공장에서 연내 양산을 준비 중이다. SKC코오롱PI 설립 당시 “각 사가 투명 PI 필름을 독자생산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둔 덕분에 두 회사는 독립적으로 투명 PI필름 사업을 추진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SKC코오롱PI 매각으로 두 회사는 철저한 경쟁관계로 돌아가게 된다”면서 “삼성전자는 이미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애플과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출시를 예고한 만큼 전망이 밝다. 아직 시장 초기인 만큼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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