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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9-08-30 08:19

수정 :
2019-08-30 09:28

[NW리포트]업계 1위에 대한 협박도 서슴치않는 ‘공룡 GA’의 갑질

삼성화재, 신입 전속 설계사 수수료 올리려다
9월부터 판매 중단 예고에 결국 도입계획 철회
몸집 커진 GA, 매번 ‘보이콧’ 무기로 요구 관철
당국, 수수료 개편 전에 GA 불공정행위 잡아야

중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모집조직 및 신계약 현황. 그래픽=박혜수 기자

전속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는 모집수수료 개편을 철회하지 않으면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보이콧’ 선언에 국내 손해보험업계 1위사 삼성화재가 무릎을 꿇었다.

급격한 대형화로 몸집을 불린 GA업계가 거대 모집조직과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도를 넘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는 2021년 금융당국의 수수료 제도 개편 전 최대한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과거와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는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GA 대표들이 모여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담합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거론하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전날 GA 대표단과의 회의를 통해 신입 전속 설계사에게 월납 보험료의 최대 1200%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실적형 수수료 체계 도입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GA업계는 실적형 수수료 체계를 도입할 경우 다음 달부터 삼성화재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수수료 체계 개편을 철회하지 않으면 상품을 팔지 않겠다는 GA업계의 으름장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삼성화재의 실적형 수수료 체계는 최저 월납 보험료 조건 없이 선지급 수수료 725%, 비례 수수료 475% 등 총 120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직업 비전을 제고하고 양질의 채용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육성 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며 “계약 체결보다 활동 중심의 수수료 체계를 강화하면서 실적 연동 형태의 제도를 함께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실적형 수수료 체계에 대한 곡해가 있어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GA업계는 GA 소속 설계사들의 이탈 우려와 GA와 전속 설계사간 형평성을 이유로 이 같은 수수료 개편에 반발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오는 2021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수수료 제도 개편안 관련 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기도 전에 상한선이 동일한 수수료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1일 발표한 수수료 제도 개편안은 모집 첫 해 시책비를 포함한 연간 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고 현행 선지급 이외에 분할지급 방식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 사진=삼성화재

보험업계는 GA업계의 이번 판매 중단 선언을 금융당국의 수수료 제도 개편을 겨냥한 실력 행사로 보고 있다.

업계 1위사 삼성화재를 타깃으로 제도 개편안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란 해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들은 표면적으로 설계사 이탈이나 수수료 형평성을 문제를 상품 판매 중단 근거로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수수료 제도 개편 전 최대한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수수료 체계를 바꾸더라도 GA 소속 설계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도 협박에 가까운 갑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상품 판매를 위탁받아 수수료를 챙기는 GA들은 보험업계의 치열한 영업경쟁에 편승해 덩치를 키우면서 갑을관계가 역전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기관을 제외한 국내 GA 수는 4673개, 소속 설계사는 40만5984명이었다.

설계사 100명 이상 중대형 GA의 설계사 수는 2017년 17만2844명에서 지난해 18만746명으로 7902명(4.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수는 18만8956명에서 17만8358명으로 1만598명(5.6%) 감소했다.

중대형 GA의 지난해 신계약 건수는 1318만건으로 전년 1025만건에 비해 293만건(28.6%) 증가했다. 규모별로는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가 1091만건(82.8%), 종목별로는 손해보험 상품이 1194만건(90.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 역삼동 메리츠화재 본사. 사진=메리츠화재

GA업계는 이러한 영향력을 앞세워 지난 2016년에도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메리츠화재가 전속 설계사의 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000%로 상향 조정하자 이에 반발해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GA업계는 올해 삼성화재에 이어 메리츠화재에도 10월부터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장기 인(人)보험 판매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관계를 교묘하게 악용한 조치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7월 장기 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56억원으로 삼성화재 154억원에 비해 2억원 많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5월과 6월에 이어 3개월 연속 삼성화재를 앞서며 1위에 올랐다. 앞서 근소한 차이로 앞선 2월을 포함하면 4개월간 더 많은 보험료를 거둬들였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전속 설계사 수수료 체계 개편이 메리츠화재와의 상품 판매 경쟁에서 비롯된 만큼 메리츠화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기 인보험 판매 경쟁으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어느 쪽도 GA에 등을 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는 GA업계의 판매 중단 결정 자체에 담합 소지가 없는 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공정위 제소 시 GA업계와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 만큼 어느 보험사도 먼저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 관계자들이 모여 자동차보험료 얘기만 꺼내도 보험료 담합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GA 관계자들이 모여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를 팔지 말자고 합의하는 것은 담합 행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담합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GA업계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는 것이어서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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