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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기자
등록 :
2019-08-20 15:46

횡령·배임 이력 임원 90%, 주총서 이사 선임 통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5년간 510개사 기업 분석
회사 가치 훼손 이력 있어도 사실상 재선임 수순

사진=연합뉴스

횡령·배임 등으로 회사 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는 임원의 이사 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하는 비율이 90%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의 책임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목소리가 보다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안유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 회사 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임원의 이사 선임 후보 상정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간 510개사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한 결과 회사 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후보가 상정된 182건 중 92.9%에 해당하는 169건이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가치 훼손 이력은 ▲횡령이나 배임 ▲미공개 중요 정보의 이용 ▲분식회계 등으로 사법적·행정적 제재(과징금 부과, 벌금·징역형 등)를 받은 경우로 한정된다. 이사 선임 안건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기타 비상무이사, 사외이사, 감사,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포함한다.

KCGS는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내이사 후보가 위와 같은 결격 사유를 갖는 경우 선임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또 이러한 기준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KCGS의 반대 권고에도 이 안건들이 최근 5년간 회사 주총에서 가결된 비율은 92.9%에 달했다. 회사 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는 임원 10명 중 9명은 주총 안건을 문제없이 통과하는 셈이다. 부결된 안건은 8건으로 전체의 4.4%에 불과했으며 후보가 자진 사퇴하거나 회사에서 직접 안건을 철회한 경우는 각각 1건, 4건에 그쳤다.

다만 언론을 통해 행정적·사법적 제재 이력이 노출된 후보들의 경우 주총 투표에서 반대 표결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후보의 경우 반대 비율이 49.3%로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으나 결과적으로 안건을 부결시키지 못해 주주들의 투표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안유라 연구원은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이로 인해 행정·사법적 제재를 받은 이사가 회사의 주요 경영 책임자로 재선임되는 것은 책임경영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 하다”며 “주주 입장에선 이러한 후보가 경영에 다시 참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그러나 이러한 후보들이 이사 선임 안건으로 재상정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 실제로 가결돼 주주들의 반대 표결이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며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의견을 적극 표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언론 보도를 통해 위법 행위 등이 논란이 된 후보의 경우 주총에서의 반대 비율이 매우 높게 집계됐다”며 “범법 행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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