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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등록 :
2019-08-19 09:14

수정 :
2019-08-30 09:42

[김성회 온고지신 리더십]리더가 배수진 쓸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배수진의 각오로…’ 위기에 처했을 때 리더들이 관용구처럼 쓰는 말이다. 배수진(背水陣)은 어떤 일에 결사적인 각오로 임한다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알고 보면 배수진은 우리가 아는 그 배수진이 아니다. 죽을 각오가 아닌 살 승산을 위해 리더가 쓰는 고도의 전술이다.

배수진은 《사기(史記)》 〈회음후 열전(淮陰侯 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한(漢)나라 유방이 제위에 오르기 2년 전인 204년, 유방은 명장 한신(韓信)에게 조나라를 공격할 것을 명한다. 당시 한신 휘하의 군사는 지리멸렬한 수준이었다. 2인자 한신의 세력이 나날이 강력해지는 것을 견제, 유방이 훈련된 병사를 다 차출해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신은 3만명으로 조(趙)나라병사 20만명과 싸워 대승리를 거둔다. 이때 쓴 병법이 바로 배수진이다. 그 비결은 주력군이 배수진을 치고 적군과 격전을 벌이게 하는 한편 정예병 2000을 보내 적의 진채를 에돌아 후미를 공격케 하는 협공작전을 펼친 데 있었다.

요컨대 배수진은 적군에게 약점을 보여서 적군이 본거지를 비우고 나와 공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미끼전략이지,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의 결사항전이 전부가 아니다. 한신은 배수진을 친 이유에 대해 ““정규 훈련을 받지못한 병사들의 특성을 감안해 고의로 사지로 몰아 죽을 각오로 싸우게 만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이요, 대외 홍보멘트일 뿐이다.

한신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여러 장수들이 배수진을 시도했다.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 <삼국지 연의>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조조가 원소와 싸울 때, 강유가 왕경에 저항해 사용했을 때는 성공했다. 반면에 서황이 조자룡을 상대로 했을 때는 패배했다(서황의 배수진은 실화가 아닌 허구. 무모한 용기에 대한 지적은 사실적이다). 또 조선중기 신립장군의 탄금대 전투도 배수진의 실패 사례다. 같은 배수진을 썼는데 왜 성공과 실패가 갈렸을까. 리더가 배수진을 써서 결사항전을 독려하고 싶을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첫째, 배수진의 특성은 속도전이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한시적이어서 끝나는 시한이 분명해야 한다. 지구전에서는 쓸 수 없다. 배수진은 문자 그대로 후방 보급선이 끊긴다는 게 결정적 약점. 젖먹던 힘까지 바짝 내는 것을 오래 끌면 백전백패다. 한신이 배수진을 치며 병사들을 결사항전하도록 한 것도 ‘매복병이 조나라 진채에 깃발을 꽂는 한나절 동안’까지의 제한된 시간으로 목표시한이 분명했다. 배수(背水), 물을 등진 상황은 망지(亡地)고 사지(死地)이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망지와 사지는 질풍처럼 빨리 싸우면 생존할 수 있고, 오랫동안 싸우게 되면 멸망하는 지역”이라 말한 바 있다. 질질 끌지 않는 속도전, 자신이 있을 때 배수진을 치라.

둘째, 배수진은 명분과 이익, 얻을 것이 분명해야 한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리더의 심리전은 말이 아니다. 목숨을 담보할 명분과 이익이 분명해야 마음이 움직인다. 미리 이겨놓고 싸워야지, 싸우며 이길 생각을 늦다. 사람은 이길 싸움에 목숨을 바치지, 질 것이 뻔한 싸움에는 목숨을 바치려곤 하지 않는다. 배수진과 동의어로 쓰이는 용어가 <파부침주(破釜沈舟)>다. 《사기》 〈항우본기>에 의하면 항우는 거록 지역에서 전투를 벌일 때, 장강을 건너자마자 타고 온 배를 침몰시키고 밥 지을 솥을 부수고 잠잘 막사를 불태운 다음, 군사들에게 오직 사흘치 식량만을 휴대하도록 했다. 결국 아홉 번의 싸움 끝에 승리했다. 여기엔 반전 포인트가 있다. “사흘 후에 죽을지라도…”와 “사흘 후 젖과 꿀이 흐르는 곳에 도착해서”가 다르다. 죽기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달려든 것이다. 사흘만 버티면 새 솥과 새 배와 새로운 막사가 보장돼 있어서다. 항우가 죽기 직전 마지막 전투지에선 왜 병사들에게 파부침주 전략을 벌이지 않았겠는가. 아니 못했겠는가. “강동의 젊은이 8000명을 희생시켜 더 이상 면목이 없다”는 그의 회한에는 결사항전을 독려할 명분과 이익, 협공의 전력이 없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셋째, 배수진은 올인이 아닌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절대 전면전의 정면승부가 아니다. 배수진의 원조인 한신도 배수진 주력부대와 정예병으로 짜인 복병부대를 둔 포트폴리오작전을 썼다. 강유역시 마찬가지다. 조조는 배수진을 벌이면서 요소요소 나눠 10군데에 배치할 정도로 치밀하게 대비했다. 약자가 강자에게 결사항전하면 말 그대로 장렬히 산화할 뿐이다. 때론 적에게 실제보다 약하게 위장하는 것이, 강하게 보이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전제는 지피지기, 즉 적군과 아군에 대한 객관적 파악이다. 배수진에 실패한 서황, 신립은 그걸 모르고 배수진의 거죽만 벤치마킹, 전면전에 승부를 걸었다. “실력이 모자란 군사들을 위험지역에 몰아붙이면 죽을 동 살 동 용기를 낸다”는 것만 알았지, 지피지기의 상황 적합성, 맥락, 협공의 포트폴리오 전략은 고려하지 않았다. 내 패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플랜 B,옵션 C를 가지지 않은 리더의 배수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넷째, 배수진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으면 최악의 전략이다. 사업도 전쟁도 성공과 실패는 사후귀인이고 운이 따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느냐이다. 배수진은 위험한 전략이다. 손자나 오자는 병법에서 “진은 안전한 데 쳐야 하다”고 강조한다. 전화위복은 말이 아니라, 화를 어떻게 복으로 만들지에 대한 만반의 전략을 준비해야 가능하다. 배수진을 쳐서 실패한 리더들은 위험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지적하는 의견을 무시했다. 장수가 전술 없이 결사항전 투지만 강조할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병사다. 만용과 용기는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대책을 마련했느냐 아니냐에서 갈린다.

배수진을 쳐 실패한 리더들은 유리한 점만 보고 불리한 점은 무시했다. 현실을 지적하는 이들을 겁쟁이로 매도하거나 냉소했다. <삼국지 연의>에서 서황은 ‘배수진이 현재상황과 맞지 않다’는 의견에 이렇게 코웃음친다.

“우리 군이 연속 실패하여 사기가 저하되었는데 난 지금 옛날 한신의 배수진을 사용해 죽음의 길에서 살아나려 하네”라고. 퇴각전술, 출구전략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꾸한다. “허튼소리, 무서 우면 당신은 여기서 군사를 거느리고 있으시오. 여기서 적을 막으며 내가 군사를 이끌고 적을 쳐부수는 걸 구경이나 하라” 고. 탄금대에서 대패한 신립장군도 다르지 않다.
“우리 군사들은 모두 신병으로서 훈련이 미숙하고 상하의 단합도 충분치 않다. 이들을 죽을 지경에 몰아넣지 않고서는 그 투지를 드높일 수 없다”

배수진을 치려면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결사각오만을 부추기는 것으론 부족하다. ‘죽을 것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먼저 대비하고 마련해놓아야 한다. 전투에서 사기(士氣)는 중요하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리더는 무조건 위험을 무릅쓰라고 하지 않는다. 배수진은 치밀한 준비와 안전을 위한 대책 없는 ‘배수진’은 요행수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런 채 싸우면 죽으려고 하면 죽을 뿐이다. 안전한 곳, 단단한 곳에 진을 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개인의 만용은 한사람의 실패로 끝나지만 리더의 만용은 조직을 흔들고 구성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맨손으로 범에게 덤비거나 황하를 걸어서 건너는 것과 같은 헛된 죽음을 후회하지 않을 자와는 나는 행동을 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子曰, 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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