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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칼 미뤄두고 아시아나 ‘기웃’ 거리는 속내

대기업 컨소시엄 구성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한진칼에 공동인수 제안…비공식 루트로 요청한 듯
시장선 ‘자충수’ 지적…자금동원력 과시위한 전략 관측
승산없는 한진칼 대신, 아시아나항공 우회 가능성도 거론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조원태 회장 등 총수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사모펀드 KCGI가 난데없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KCGI의 갑작스러운 행보를 두고 당혹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금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린 여론전이라거나, 수세에 몰린 한진칼 대신 아시아나항공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라는 등 대체적인 시각은 곱지 않다.

30일 재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KCGI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에서 투자설명서(IM, Information Memorandum) 요약본을 받은 뒤 공식 IM 송달을 요청했다. KCGI는 재무적투자자(FI)인 만큼, 단독 입찰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예비 입찰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KCGI는 자신이 2대주주로 있는 한진칼에도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측은 “공식적으로 제안 받은 내용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지난달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볼 때, 비공식적인 루트로 인수 추진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 관심을 보인 것 만으로도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한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을 처음 사들이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를 주장했다. 약 8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두드러지는 성과는 없다.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고,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과의 지분 싸움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힌 것은 되려 시장 불신을 키우는 것이란 주장이다.

더욱이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던 과거와는 확연한 입장 변화가 느껴진다. 대한항공의 지난 1분기 부채비율은 819%이고, 아시아나항공은 900%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오는 2023년까지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시아나항공 부채까지 떠 앉으면 이를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해 진다. 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최대 2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진 않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에서 불허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다른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원매자에게 보유지분 전량(31.0%)을 넘기는 만큼, 기업결합 신고가 필수적이다. 국내 대형항공사(FS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단 2개 뿐이어서 독과점이 불가피해 정부가 반대할 것이란 주장이다.

KCGI가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시장 안팎의 비판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계획을 밝힌 배경에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산업이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이후 매각 공고가 나기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뿐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지만, 대외적으로는 인수 타진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매각전 흥행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몸값 인상을 막기 위한 의도다.

하지만 KCGI는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공공연하게 알리고 있다. 이를 두고 실질적인 인수전 참여보다는, 자금 동원력이 충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CGI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 대형 증권사와 맺은 주식담보 대출의 연장을 거부당하면서 비교적 금리가 높은 중소 증권사나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한다는 것은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데, 자금 우려를 해소시키는 동시에 시장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빼앗겼다는 진단이 나오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으로 노선을 튼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대두됐다”며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KCGI와 조원태 한진칼 회장 일기간 지분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단기간 내 KCGI를 통한 한진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KCGI의 설립 목적을 살펴보면,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다.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품을 떠나게 되면 관련 이슈는 해소된다. 다만 딜 사이즈로 볼 때 대기업이 원매자가 될 가능성이 짙은 만큼,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의 승계나 지배구조 등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목적 달성을 추진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GI가 지난 8개월간 이룬 성과는 한진그룹 오너가의 유일한 견제 세력이라는 타이틀 뿐”이라며 “경영권 분쟁에서 밀린 KCGI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힘을 보태줄 투자자나 대기업이 존재할 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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