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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경영해부- ⑧한수원]집요한 탈원전 공세에 복장 터진 정재훈 사장

원전반대론자 낙인 찍고 수시로 사퇴 압박
野·언론 공세에 국회서도 설전 마다 안해
탈원전 프레임 걸고 넘어지면 SNS로 역공
일각선 ‘감정적’ 대응에 태도 논란 구설수

사진= 연합 제공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취임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 사장은 한수원을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보수진영의 탈원전 공세와 잇단 구설수에 오르면서 답답한 듯한 모습이다.

실제 정 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탈원전 때문에 2018년 한수원이 적자를 봤다’는 지적에 “지난해에는 적자를 봤지만 1분기에는 원전이용율 증가로 4000억 원 넘게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지난해 가동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이유는 과거 원전의 부실시공 때문에 2016년 6월부터 정비작업에 들어간 영향”이라며 “정비가 마무리 돼 다시 원래대로 가동률이 늘어난 것이지 한전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가동을 늘린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정 사장은 업무보고 과정에 ‘탈원전’을 두고 설전도 벌였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탈원전으로 원전산업이 초토화되고 있다”며 “한수원 사장이 원자력을 사랑하지 않는데, 이럴거면 한수원 사장 그만두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사장은 “원자력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취임 이래 원자력산업 생태계 유지 발전을 위해 활동해왔다. 두산중공업 협력업체가 어렵다고 해서 간담회도 다섯 차례나 했다”며 반박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 역시 “업계 추산을 보면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이 8000억원에서 1조원”이라면서 “수천억원의 태양광 사업을 계획하고 있던데 청와대 코드를 맞추면 큰 보상이 있을 것 같나”라며 질타했다.

정 사장 입장에서는 소관위원회가 아닌 상임위에서 탈원전 사안까지 끌고와 질타를 하니 답답할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 사장은 이들 의원들과 업무보고 도중 태도 지적까지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 사장은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다. 원전 기술 유출 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냅스(NAPS)’가 비전략물자로 바뀐 것을 몰랐느냐”고 추궁하는 송 의원에게 “(비전략물자 전환은) 저희 소관이 아니다. 왜 저한테 물어보시느냐”고 받아쳤다.

이어 “한수원 사장이 그걸 모르면 되느냐”는 질의에 정 사장은 “한전기술 사장한테 물으셔야지. 저한테 물으시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답변했다. 송 의원은 “한수원에서는 몰라도 되느냐. 냅스를 사용하는 한수원 직원이 기술 유출한 사건이 있어 조사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 사장이 돼서 그걸 모르느냐” 등 두 사람의 입씨름은 계속됐다.

이에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은 “공격적으로 답변하지 말라.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편안하게 대답하라. 내 소관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과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고 하는 것은 다르다. 유념하라”고 정 사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원전 축소에 따른 인력·산업 공백을 ‘원전 해체사업’으로 대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왔다. 원전 수출에도 힘을 쏟았다. 그러나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탈원전 폐기’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정 사장은 원전 반대론자 낙인까지 찍히는 등 원자력발전 수장으로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정 사장의 대표적인 성과는 기존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과 장기 정비계약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Nawah)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나와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는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 두산중공업과는 정비사업계약(MSA·Maintenance Service Agreement)을 맺었다.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계약은 한수원이 자체기술로 건설한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에 대해 유지보수와 공장정비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수원·한전KPS, 두산중공업은 바라카 원전 4개 호기의 정비서비스를 주도적으로 담당한다. 특히 한수원·한전KPS는 정비 분야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의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정 사장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원전 발주처 관계자들과 만나 신규 원전 수주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한수원은 지난 5월 카자흐스탄 신규 원전 건설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루마니아에서도 정부 관계자와 원자력공사 경영진을 만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 개선사업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2018년에는 체코를 세차례나 방문해 현지 최대 건설사와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체코 원전 수주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외에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폴란드에서 한국-폴란드 원전 포럼을 열고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전 비중 축소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으로 원전 해체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국내 첫 영구정지 원전인 고리1호기의 해체 주관기관을 맡고 있다. 2019년 4월 현재 58개 상용원전 해체기술 가운데 16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2021년까지 100% 기술 자립을 이루고 2022년 고리1호기 해체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사장은 올해 4월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그는 “원전 해체연구에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한 뒤 기술 개발, 실증으로 나아가고 수출기반과 인력양성체제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 가동 원전 453기 중 가동 30년이 넘은 노후 원전은 405기로 전체의 67.7%에 이른다. 이미 영구 정지된 원전이 173기인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 뿐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 분석에 따르면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2116년까지 549조 원, 2050년까지 327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원전은 2030년까지 12기가 수명이 만료된다. 원전 1기 해체비용은 7500억~8000억원으로 국내에서만 10조 원 규모의 원전해체시장이 열린다. 정 사장은 취임식부터 원전해체를 신사업으로 지목했고 지난해 국감에서 원전 건설인력을 해체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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