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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07-25 20:03

수정 :
2019-07-26 08:31

[뉴스분석]강성부가 조원태에 손내민 이유

기업결합심사 승인 직후 총수家에 만남 요청
경영참여권 공식 인정 불구, 갑작스런 태도 변화
수적열세에 ‘타협’ 제안한 듯…자금난 등 부담 커

강성부 KCGI 대표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공식적인 만남을 요청했다. 경영권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KCGI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심사가 승인된 만큼,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상은 경영권 다툼에서 코너에 몰린 KCGI의 최후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CGI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상대로 8월 중 회동을 제안했다. 오너일가에게 글로벌 경영위기에 대처하는 전략을 듣고, 한진칼의 책임경영체제를 마련하자는 요구다. 구체적으로는 8월2일까지 회동에 대한 답변해달라고 기한을 정했다.

KCGI가 깜짝 제안을 한 배경에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신고 승인과 맥을 같이한다. 국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다른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두 회사가 한 회사로 합쳐지거나,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실질적인 경영에 나서기 전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이 독과점으로 연결되거나 시장 내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독과점이 우려되거나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KCGI는 지난 5월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율을 15.98%로 끌어올리며 기업결합신고 대상이 됐다. 6월13일 신고서를 제출했고, 약 40여일 만에 공정위 결정이 나왔다. 한진칼과 KCGI의 기업결합은 자본적 결합에 해당한다. 업종에 관계 없이 다른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인수합병(M&A)과는 다르다.

공정위 승인으로 한진칼의 경제적 독립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업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영업활동에서 KCGI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게됐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KCGI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지분다툼의 열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KCGI는 기업결합으로 경영참여 권한을 인정받았지만, 우호지분으로 맞붙는 실질적인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동안 수차례 실력행사에도 총수일가의 방어벽을 뚫지 못한 만큼, 사실상 ‘타협’을 시도하려는 의미라는 것이다.

KCGI는 최근 자금난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와 맺은 주식담보 대출의 연장을 거부당하면서 비교적 금리가 높은 중소 증권사나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하반기 중 만료되는 담보대출의 연장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상황에서 지분 매각도 쉽지 않다. 보유 물량이 많은 데다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힘들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대 전제를 삼고 있지만 사모펀드라는 정체성을 고려하면 수익률을 간과할 수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KCGI가 최소 30% 이상의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최대 10%까지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점도 KCGI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공식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장기 투자 의지를 밝혔지만, 조원태 회장 일가와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안심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총수일가와 KCGI의 만남 성사 가능성은 열려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자간담회에서 “KCGI는 단순 주주일 뿐이지만, 만나자는 요청이 온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측은 “검토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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