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한진칼 지분 27% 이미 담보 잡혀···상속세 마련 ‘부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예상되는 가운데, 조 사장이 한진칼 등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는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작년 말 기준 한진가의 한진칼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한진칼 총 보유 지분 28.93% 중 27% 가량(7.75%)을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 정점에 있고, 한진칼→대한항공→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형태다. 한진칼 지분은 한진가가 28.8%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지분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대부분이고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세 자녀의 지분이 각각 3%에 못 미친다.

조 회장은 한진칼 보유 주식의 23.7%를 이미 하나은행과 종로세무서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해 5월 ‘상속세 논란’이 불거진 당시 한진칼 지분 1.69%에 해당하는 100만주를 종로세무서에 담보로 내놨고, 그해 11월 한진칼 지분 2.54%에 해당하는 150만주를 담보로 KEB하나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조 사장은 한진칼 지분 2.34%(138만5295주)의 42.3%에 달하는 58만6319주를 금융권 및 세무서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25만2101주), 하나은행(18만4218주), 반포세무서(15만주) 등 3곳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각각 한진칼 보유 주식의 46.8%, 30.0%를 금융권과 국세청 등에 담보로 내놨다.

조 회장이 지난 8일 타계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놓고 2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이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진일가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한진칼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