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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인보사 사태···무너진 이웅열의 꿈

코오롱 인보사 사태···무너진 이웅열의 꿈

등록 2019.04.01 16:20

수정 2019.04.01 16:42

이세정

  기자

‘뚝심경영’ 업적 인보사, 성분 논란으로 판매중단1999년 개발 착수···‘넷째딸’로 부르며 강한 애착2017년 신약 품목허가 취득···20개국 공급계약식약처, 15일 분석결과 발표···사태 장기화 우려도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애지중지 육성해온 바이오 사업의 명성에 금이 갔다. 이 전 회장의 ‘20년 뚝심’이 담긴 인보사가 성분 논란에 휩싸이며 판매중단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제약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31일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 유통과 판매를 중단했다.

회사 측은 1일 인보사 판매중단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이유는 2004년과 현재의 기술 수준 차이로 분석 결과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개발 초기부터 전임상과 임상 1~3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동일한 성분을 사용했는데, 당시 기술로는 문제의 성분이 ‘연골세포’로 판단됐다가 최근 재분석한 결과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중간에 세포가 바뀐 적이 없고 명칭을 잘못한 것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허가 취소 등의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논란으로 이 전 회장의 바이오 자존심에는 스크래치가 났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세 명의 자녀를 둔 이 전 회장은 일보사를 ‘넷째 딸’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는 이 전 회장의 대표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 회장은 1996년 회장에 취임한 직후 그룹 바이오 사업을 총괄했다. 일찌감치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만큼, 신약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첫 주자는 퇴행성관절염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물질이었다. 하지만 인보사 개발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따랐다. 개발에만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금액까지 고려하면 상상 이상의 예산이 필요했다. 당시 코오롱의 전체 연간 매출은 6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 전 화장은 인보사를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과 한국에 각각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운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 전 회장은 2001년부터 관련 특허들을 취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국내 임상 3상에 착수했고, 이듬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 1만 도즈(1회 투여량) 생산력을 갖춘 공장을 충북 충주에 완공한 것도 이 시기다.

인보사는 2016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약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일년 뒤 한국 식품안전의약처로부터 29번째 국산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취득하며 ‘인보사 신화’를 일궈냈다.

해외 공급 계약도 잇따랐다. 2016년 11월에는 글로벌 매출 50위권에 드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5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당시 1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제약 수출 시장 규모의 5배에 달하는 계약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계약은 임상 시험 절차 문제로 해지됐다.

2018년 7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보사의 임상시료 사용허가(CMC)를 받아 임상3상에 착수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중국 차이나 라이프 메디컬 센트레와 2300억원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해 11월에는 무산된 일본 진출을 위해 미국 먼디파마와 일본으로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약 6억 달러에 달했고 계약 기간도 15년이다.

이 외에도 홍콩과 마카오 170억원, 몽골 100억원,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1000억원 등 인보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늘어난 물량 공급에 맞추기 위해 인보사 생산력을 2021년까지 10만 도즈로 늘릴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제조·판매 중단으로 인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진행하던 임상3상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생산공장도 멈추면서 전세계 20개국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맞출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인보사의 제조판매 재개는 오는 15일 식약처가 공개하는 분석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국내 허가사항 변경에 따른 신뢰도 하락과 미국 임상실험 연기에 따른 품목 허가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기술수출은 잠정 중단되고,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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